봉쥬르, 나폴레옹

(68) 칼을 들고 앞으로 돌격하다

시조시인 2008. 11. 1. 08:12

(68)

   나폴레옹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말을 타고 적의 진지를 향하여 일기당천으로 돌격해 갔습니다. ‘절호’(絶好)는 ‘아주 딱 좋음’을 말하고, ‘일기당천(一騎當千)은 ‘한 사람이 천 사람을 당함’을 가리킵니다. 참으로 놀라운 중석몰척의 기세였지요. ‘중석몰촉’(中石沒鏃)은 ‘돌에 맞아서 박힌 화살’이란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나올 수 있음’을 이릅니다. 여기에도 옛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漢)나라 이광(李廣)과 그의 손자 이능(李陵)은 대대로 무인(武人) 가문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향인 농서(隴西)는 오랑캐의 땅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문제 14년, 흉노가 큰 무리를 이끌고 쳐들어왔습니다. 그 때, 이광은 소수의 정예군을 이끌고 나가서 보기 좋게 흉노를 물리쳤습니다. 그 일로 하여, 문제는 그를 시종무관으로 삼았습니다.

그 후, 이광은 변방의 수비대장을 자원하여 가서 있었는데, 흉노족은 그의 용맹을 겁내어서 그가 있는 곳은 넘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이광은 초원으로 나갔다가 멀리 보이는 거리에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발견하고 활을 쏘아서 명중시켰습니다. 부하들이 호랑이를 잡았다고 기뻐하며 달려가서 보니, 큼지막한 바위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앞으로!”

나폴레옹은 뇌성벽력과 같은 고함을 지르며, 칼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종횡무진으로 나아갔습니다. ‘뇌성벽력’(雷聲霹靂)은 ‘우렛소리와 벼락’을 말하고, ‘종횡무진’(縱橫無盡)은 ‘행동이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자재임’을 뜻합니다. 그 신속함이 ‘솔연’과 같았습니다. ‘솔연’(率然)이란, ‘중국의 상산(常山)에 살고 있는 뱀’을 말합니다. 동작이 아주 민첩하여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그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달려듭니다. ‘솔연’이라는 이름도, 그 ‘행동이 몹시 빠르다.’는 뜻에서 얻게 되었답니다. 이는, 용병을 잘하는 군대를 비유한 말이지요. 군대는 일만 명이나 일백만 명이나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고, 위험을 만났을 때는 몸 전체가 신속하게 서로 응원해야 합니다. 즉, 전 군대가 솔연과 같이 움직여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타고 달리던 말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적이 쏜 탄알에 말이 명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나폴레옹도 곤두박질하여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곤두박질’은 ‘몸을 번드치어 갑자기 거꾸로 떨어지는 것’을 이릅니다. 이를 한자말로는 ‘근두박질’(筋斗撲跌)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때, 한 영국군이 긴 창을 들고 달려와서 힘껏 그를 향해 내질렀습니다. 미처 피할 사이도 없었습니다. ‘아차’하는 순간에, 창은 무릎에 박혔습니다. 곧 이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 왔으며, 흐르는 피가 낭자했습니다. ‘엄습’(掩襲)은 ‘갑자기 습격함’을 뜻하고, ‘낭자(狼藉)하다.’는 물건 따위가 ‘마구 흩어져 있어서 어지럽다.’를 이릅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아랑곳없이 벌떡 일어나서 그 영국군을 단칼에 베어 쓰러뜨렸습니다. ‘아랑곳없다.’는 ‘다른 일에 관계하거나 간섭하거나 마음에 두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랑곳’은 ‘남의 일에 나서서 알려고 들거나 간섭하거나 마음에 두고 생각하는 일’을 말합니다. 그리고 ‘단칼에’는 ‘꼭 한 번 휘두르는 칼에’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렇게 육박전을 치른 후에, 3일 동안을 주야불식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졌습니다. ‘육박전’(肉薄戰)은 ‘적과 맞붙어서 몸으로 싸우는 전투’를 말하고, ‘주야불식’(晝夜不息)은 ‘밤낮으로 쉬지 않음’을 나타냅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