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6) 적을 쳐부술 자신이 있는가

시조시인 2008. 10. 30. 04:16

(66)

   그는 나폴레옹을 정부군 사령관인 카르토 장군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카르토 장군은 전직이 화가였습니다. 프랑스에 새로운 정부가 세워졌을 때, 프랑스의 높은 군인들은 모두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으로, 국민들 중에서 지혜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장군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므로 화가인 ‘카르토’도 장군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가는 전술과 지휘능력이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당연히 군대의 일에는 문외한이었겠지요. ‘문외한’(門外漢)은 ‘어떤 일에 대한 지식이나 조예가 없는 사람’ 또는 ‘어떤 일과 전혀 관계가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말의 본뜻은, ‘문의 바깥이나 성의 바깥에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었답니다. 문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문 안의 사정을 모르는 게 자명한 이치입니다. 장군이 전투에 대한 일들을 모르면, 무용지물입니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은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물건, 또는 사람’입니다. 아니, ‘무용장물’이군요. ‘무용장물’(無用長物)은, ‘있어도 아주 쓸모가 없고 도리어 거치적거리기만 하는 물건’을 말합니다.

또한, 앉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이, 그도 장군이 되고 나서는 우쭐하게 되었을 듯합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이 사람이 바로 그런 격입니다. ‘어물전’(魚物廛)은 ‘생선을 파는 가게’를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는 ‘가공하여 말린 생선을 파는 가게’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물’은 ‘생선 종류를 총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수용이나 반찬거리로 쓸 말린 생선’ 등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그래도 그는 나폴레옹에게 거드름피우며 말했습니다. ‘쥐뿔도 모른다.’는 ‘앞뒤 분간을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일컫거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쥐의 그것도 모른다.’라는 말에서 나왔다는군요.

옛날에 강아지만큼 크게 자란 쥐가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 영감을 내쫓고 그 자리에 들어앉아 주인 행세를 했답니다. 가짜로 오인을 받고 집에서 내쫓긴 주인은, 기가 막히고 억울했겠지요. 그래서 그는 영험하다는 스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고, 스님이 알려 준 비방으로 그는 드디어 그 요망한 쥐를 내쫓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열 일 제쳐두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압니까? 그는 부인부터 그 앞에 불러 앉혔습니다. 그리고 부인을 나무란 첫 마디가 “쥐의 그것도 모르냐!”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남편과 쥐의 그것도 분간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이었지요. ‘쥐뿔’은 바로 ‘그것’의 다른 말입니다. 너무 노골적인 말이라, 부드러운 말로 바꾸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거드름피우다.’는 ‘거만한 태도’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거드럭거드럭’이라고 하면, ‘자꾸 잘난 체하며 거드름부리는 모양’을 이릅니다.

“귀관은 적을 쳐부술 자신이 있는가?”

“예, 자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씩씩하게 대답하자, 백계무책이었던 장군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습니다. ‘백계무책’(百計無策)은 ‘있는 꾀를 모두 써 보아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계무소출’(計無所出)이라고도 합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나폴레옹은 툴롱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일일이 짚으며 청산유수로 모든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청산유수’(靑山流水)는 푸른 산에 물이 흐르듯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나폴레옹은 그 싸움을 절고진락의 경우로 여기고 있는 듯했습니다. ‘절고진락’(折槁振落)은 ‘고목을 자르고 그 잎을 떤다.’는 뜻으로 ‘매우 쉬운 일’의 비유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절지지이’(折枝之易)가 있습니다. 이는, 나무를 꺾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을 나타냅니다. 장부일언이 중천금이라고 하였으니, 이제는 싸움에 이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부일언(丈夫一言)이 중천금(重千金)’은 ‘사나이가 입에서 뱉은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다.’는 뜻으로 ‘한 번 한 말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