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3) '툴롱'이라는 곳에 도착하다

시조시인 2008. 10. 27. 03:07

(63)

   1793년 6월 13일, 보나파르트 집안의 사람들을 태운 배는 프랑스의 ‘툴롱’이라는 곳에 닿았습니다. 모두들 기진맥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기진맥진’(氣盡脈盡)은 ‘기력이 다하고 맥이 풀림’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기진역진’(氣盡力盡)이라고도 합니다. ‘안도’(安堵)는 그 때까지의 불안이 가시고 ‘마음을 놓음’을 가리키거나, ‘편안한 울타리 속’이란 뜻으로 ‘제 사는 곳에서 편안히 지냄’을 나타냅니다.

‘삼종지의’(三從之義)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지난날에 ‘여자가 지켜야 했던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했던 일’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삼종의탁’(三從依託)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동생들은, 이제 별 수 없이 나폴레옹이 군대에서 받아오는 돈으로 호구지책을 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은 ‘가난한 살림에서 겨우 먹고 살아가는 방책’을 말합니다. 일명 ‘호구지계’(糊口之計)라고도 합니다. ‘호구’는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일’ 또는 ‘밥벌이’를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본뜻은 글자 그대로 ‘입에 풀칠을 한다.’는 뜻이지요. 

그렇다고 하여도, 겻불을 쪼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겻불’은 ‘겨를 태우는 뭉근하고 힘없는 불’을 가리킵니다. ‘신통치 않거나 시원치 않은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지요. 쌀겨나 보릿겨를 태우는 듯한, 신통치 못한 불기운에 한눈팔 때가 아닙니다. ‘한눈팔다.’는 ‘볼 곳을 보지 않고 딴 곳을 보는 것’ 또는 ‘일을 하다 말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갖거나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는 척확지굴하여 후일을 기약해야만 합니다. ‘척확지굴’(尺蠖之屈)은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다음에 펴고자 함’이라는 뜻으로 ‘다른 날에 성공을 기하기 위하여 잠깐 몸을 굽힘’을 일컫습니다. ‘척확’이란, 곧 ‘자벌레’를 말합니다.

그해 7월, 툴롱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툴롱’(Toulon)은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항만도시입니다. 여러 조건이 갖추어진 천연적인 항구이자, 군항(軍港)이기도 합니다. 포도주와 올리브유를 주로 수출하였으며, 화학이나 제유(製油) 공업도 발달했던 곳입니다.

이 곳을 거점으로 하여, 정부에 반대하는, 왕의 측근이라든가 귀족들이 미련하게도 영국에 도움을 청하여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거점’(據點)은 ‘활동의 근거지로 삼는 곳’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그저 지록위마만을 일삼던 자들입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켜서 말이라고 함’을 뜻하고 ‘사실을 아닌 것으로 윗사람을 속여서 권세를 함부로 부림’을 나타냅니다. 여기에도 옛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죽자, 승상인 이사(李斯)와 측근인 조고(趙高)는, 태자 부소(扶蘇)를 왕으로 삼으라는 진시황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아직 어려서 다루기 쉬운 호해(胡亥)를 왕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은 글자 그대로 ‘늙지 않고 오래오래 삶’을 말합니다.

그래서 환관 조고는 실권을 잡게 되었습니다. 호해는 왕의 자리에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짐은 천하의 낙이란 낙은 다 맛보며 일생을 즐기련다.”

조고는 속으로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법을 엄하게 하고, 벌을 가혹하게 하여야 하며, 오래 된 신하는 모두 내쫓은 다음에 폐하의 마음에 드는 새 인물을 등용하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호해는 좋다고 허락하였습니다. 그래서 조고는 모든 경쟁자를 죽이고 승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신하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계교를 부렸습니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을 황제께 헌상하면서 “말을 헌상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황제는 “승상은 이상한 말도 다 하는군요.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라고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신하들 중에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승상의 말이 옳다고 하는 아첨꾼이 있었으며, 가물에 콩 나듯 “아니다.”라고 말하는 ‘곧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조고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가 나중에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