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0) 집안이 풍비박산되다

시조시인 2008. 10. 24. 00:22

(60)

  일이 어디에서부터 꼬이게 되었는지, 이미 관계가 얽히고설키어서 가리사니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얽히고설키다.’는, 사건 따위가 ‘이리저리 매우 복잡하게 얽히다.’를 가리키는 말이고, ‘가리사니’는 ‘사물을 가리어 헤아릴 실마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려면 ‘일이 하도 귀살쩍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서 ‘귀살쩍다.’는, 사물이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엉클어져서 뒤숭숭하다.’를 이릅니다. 그리고 ‘갈피’는 ‘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 또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이 하나하나 구별되는 사이’ 등을 말합니다.

요사이의 말로, ‘파오리를 사랑하는 모임’인 ‘파사모’는 욕곡봉타로 더욱 큰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욕곡봉타’(欲哭逢打)는 ‘울려고 하는 아이를 때려서 마침내 울게 한다.’는 뜻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이릅니다. 그들은 입을 모아서 말했습니다.

“반대하는 놈들을 죽여라!”

“보나파르트 집안을 쳐부수어라!”

그들 중에는 부화뇌동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은 ‘아무런 주견이 없이 남의 의견이나 행동에 덩달아 따름’을 가리킵니다. 그렇더라도 그들도 일단 성난 무리 속에 휩쓸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은, 나폴레옹의 생각이 옳다고 따르는 사람들의 집이라든가 보나파르트 집안의 집들을 둘러싸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벌이는 이유는, 나폴레옹이 코르시카의 다크호스였기 때문일 겁니다. ‘다크호스’(dark horse)는 ‘인물이나 역량은 알 수 없으나 유력하다고 지목되는 경쟁 상대’를 말합니다. 원래 이는, ‘경마에서 아직 실력이 알려지지 않은 말’을 가리킵니다. ‘암흑 또는 어둠’이라는 뜻의 ‘다크’를 쓴 까닭은, 그 말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실력을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들은 나폴레옹을 파오리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음이 확실해졌습니다. ‘라이벌’(rival)은 ‘경쟁자’ 또는 ‘호적수’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경쟁자’(競爭者)는 ‘경쟁하는 사람이나 상대자’를 말하고, ‘호적수’(好敵手)는 ‘알맞은 상대’를 말합니다. 이를 ‘맞적수’라고도 합니다. ‘맞적수’는 ‘재주나 힘이 서로 비슷비슷한 상대’를 이릅니다.


나폴레옹의 어머니는 그 일을 알게 되자, 아이들과 함께 뒷산으로 피했습니다. 뒤돌아보니, 나폴레옹의 집은 벌써 새빨갛게 불이 붙어서 훨훨 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화광충천했지요. ‘화광충천’(火光衝天)은 ‘불길이 맹렬하여 하늘 높이 솟음’을 말합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 불과 20여 분 동안에 자취도 없이 타 버려서 횅댕그렁하게 재만 남고 말았습니다. ‘횅댕그렁하다.’는 ‘속이 비고 넓기만 하여 허전하다.’라는 뜻입니다. 집안이 풍비박산까지는 안 되었어도, 적수공권이 되었습니다. ‘풍비박산’(風飛雹散)은 ‘일이나 사물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망가지고 흩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의 본뜻은 ‘우박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가서 산산이 깨지고 흩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적수공권’(赤手空拳)은 ‘맨손과 맨주먹’이란 뜻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도수공권’(徒手空拳)이라고도 합니다.

나폴레옹의 어머니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타오르는 옛집을 넋을 놓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그야말로 방성통곡을 하였을지도 모르지요. ‘방성통곡’(放聲痛哭)은 ‘목을 놓아 크게 움’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방성대곡’(放聲大哭)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덜이 났습니다. ‘거덜이 나다.’는 ‘살림이나 그 밖에 어떤 일의 기반이 흔들려서 결딴이 나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거덜’은 ‘조선시대에 가마나 말을 맡아보는 관청에서 말을 기르던 하인’을 가리키던 말이었답니다. 그 ‘거덜’이 하는 일은, 궁중의 행차가 있을 때에 앞길을 틔우는 역할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거덜’은 그 몸짓이 몸에 배어서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몹시 몸을 흔드는 말을 ‘거덜마(馬)’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말에 자동사인 ‘나다’가 쓰임으로써 아주 다른 뜻이 되었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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