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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잠을 자야 될 시간까지 아껴 가며 자기편의 진지를 필마단쟁으로 돌면서 사병들을 격려했습니다. ‘필마단쟁’(匹馬單錚)은 ‘한 필의 말과 한 개의 꽹과리’라는 뜻으로 ‘간단하게 꼭 필요한 차림’이라는 말입니다. 즉, ‘쟁’은 ‘꽹과리’를 가리킵니다. 꽹과리는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데에 큰 몫을 단단히 하였습니다.
옛 병서에 이르기를, ‘전쟁터에서는 말하여도 서로 들리지 않으므로 북과 징과 꽹과리를 치는 것이며, 보아도 서로 볼 수 없으므로 깃발을 사용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싸움터에서는 군사들이 여기저기 넓게 퍼져 있고, 총소리와 포탄소리 및 고함소리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누는 소리도 듣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통솔을 하여야 하니, 신호로서 꽹과리를 치고 북이나 징을 쳐서 군사들의 진퇴를 지휘해야 됩니다. 이는, 곧 소리를 통하여 군사들의 행동을 통일시키려는 의도를 지녔습니다. 이 소리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전진할 때는 일제히 전진하고 후퇴할 때는 일제히 후퇴할 수가 있습니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은 ‘질서나 체계 따위가 정연하여 조금도 흐트러진 데나 어지러운 데가 없음’을 나타냅니다. 군대가 통일되게 되면, 군대의 전체 행동은 한 사람의 행동처럼 하나로 움직이게 됩니다.
적들도 필사적으로 대항하여 대포와 총을 쏘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나폴레옹의 지척에서 대포를 쏘고 있던 사병 하나가 적의 탄환을 맞고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지척’(咫尺)은 ‘아주 가까운 거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거리인지 알고 싶다고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지’(咫)는 여덟 ‘치’이고, 한 ‘척’(尺)은 한 ‘자’입니다. 그리고 ‘치’와 ‘자’는 알고 있지요? ‘치’는 한 ‘자’의 십 분지 일로 약 3센티미터에 해당됩니다. ‘촌’(寸)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자’는 그 길이가 금방 계산이 될 겁니다. 정확하게는 ‘치’의 10배인, 약 30,3센티미터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단말마’(斷末魔)는 ‘숨이 끊어질 때에 마지막으로 지르는 비명’을 말합니다. ‘말마’(末魔)는 산스크리트어 ‘Marman’의 음역인데, 사혈(死穴)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글자 그대로 ‘죽음의 혈(穴)’이니, 이 혈이 막히거나 끊어지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단말마’라는 단어의 본뜻은 ‘죽음’ 또는 ‘죽을 때’를 나타냅니다.
사병이 안타깝게 전사하자, 나폴레옹은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린 후에 그 사병을 대신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그 사병의 임무를 대신했습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은 ‘자기 몸을 희생하여 인(仁)을 이룸’을 말합니다. 이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자는 충(忠)과 사(恕)를 ‘인’(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인’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이 어떤 덕목인가를 아는 것만으로는 무의미하고, 자기의 정신을 ‘인’ 그 자체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인’을 해치면서 자기 삶을 구하지 않으며, 목숨을 바치면서 ‘인’을 이룬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용기를 백배로 하여 더욱 씩씩하게 싸웠습니다. 마침내 병사들은 적의 아성을 뿌리째로 뽑아 버렸습니다. ‘아성’(牙城)은 ‘가장 중요한 적의 근거지나 난공불락의 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옛날의 성들은 주로 돌이나 흙으로 만들었지요. ‘어금니 아’(牙)를 쓴 , 이 말은 ‘어금니처럼 단단해서 잘 무너지지 않는 성’이란 뜻입니다.
나머지 적들은, 사중구활하여 진지를 버린 채, 보트를 집어타고 먼 바다로 뺑소니를 쳤습니다. ‘사중구활’(死中求活)은 ‘죽을 고비에서 한 가닥 살길을 찾음’을 이릅니다. 다른 말로는 ‘사중구생’(死中求生)이라고도 합니다. 정부군의 큰 승리였습니다. 나폴레옹은 건곤일척의 싸움으로 혁혁지공을 세웠습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은 ‘흥망을 걸고 온 힘을 다 기울여서 마지막 승부를 겨룸’을 이르고, ‘혁혁지공’(赫赫之功)은 ‘빛나는 큰 공로’를 말합니다. ‘혁혁’은 ‘불꽃이 흰 빛이 나게 높은 온도에서 타는 모양’을 말합니다. 그래서 ‘혁혁(赫赫)하다.’는 ‘밝고 뚜렷하다.’는 뜻이지요.(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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