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9) 저 피라미드를 보아라!

시조시인 2008. 11. 24. 20:15

(89)

   여러 병사들이 뜨거움과 모래바람과 목마름과 적의 기습으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 때, 다만 나폴레옹 한 사람만 그 고통을 의연히 참고 있었습니다. ‘의연히’(依然-)는 ‘전과 다름없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담소자약’(談笑自若)이 있습니다. 이는, 놀랍거나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도 ‘웃고 이야기하는 것이 평소와 다름이 없음’을 이릅니다. 이를 달리, ‘언소자약’(言笑自若)이라고도 합니다.

프랑스 원정군이 이집트 항구에 닿은 지도 어언간 20일이나 지났습니다. ‘어언간’(於焉間)은 ‘어느덧, 어느 사이’라는 뜻입니다. ‘어언지간’(於焉之間)의 줄임말이지요. 그 때에서야 저 멀리 아득하게 피라미드가 보였습니다. 아,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피라미드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피라미드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야 하겠군요.

피라미드(Pyramid)는, 나일 강의 하류를 향하여 오른쪽 기슭이고 카이로로부터는 서쪽 사막지대인, 멤피스(Mempis) 지방에 있는 사각추 모양의 큰 무덤입니다.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이는 왕족들의 무덤이지요. 기원전 2천오백 년에서 기원전 1천5백 년까지 사이에 만들어졌다는군요. 그 내부나 지하에 묘실이 있으며, 그 벽에는 상형문자가 적혀 있거나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묘실’(墓室)이란, 옛 무덤의 안이 방처럼 꾸며져 있는데서 ‘무덤 안’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상형문자’(象形文字)는 ‘물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글자’를 말합니다. 쉽게 ‘그림글’이라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 문자와 한자의 일부 등이 여기에 속하지요.

이 피라미드의 크기는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압도’(壓倒)는 ‘월등한 힘으로 상대편을 누름’ 또는 ‘힘이나 세력 따위가 단연 남을 능가함’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가장 큰 것은 그 높이가 145미터나 된답니다. 그리고 그 밑변은 229미터가 된다는군요. 밑의 생긴 모양은 정방형인데, 각 변도 동서남북의 각 방위로 향해 있다고 합니다. ‘정방형’(正方形)은, 똑바로 네 개의 각을 지닌 정사각형‘을 말합니다. 그리고 ‘변’(邊)은 ‘다각형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직선’이며, ‘방위’(方位)는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 방향’을 말합니다. 

이 피라미드는 아직도 그 곳에 70여 기(基)가 남아 있다는데, 여러 가지가 불가사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불가사의’라는 말은 잊지 않았겠지요?

피라미드가 보이니, 이제 카이로가 얼마 멀지 않다는 의미가 됩니다. 모든 병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안심하여 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모래 언덕 저 멀리에서 뭉게구름이 피어나듯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한 떼의 아리비아 병사들이 공격해 왔습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피라미드를 손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나의 용감한 병사들이여, 저 피라미드를 보아라! 4천 년의 긴 역사가 너희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모두 용감한 모습을 보여 주자!”

이 말을 듣고, 프랑스 병사들은 다시 용기가 솟아올랐습니다. 나폴레옹을 따라 그들은 모두 용전역투를 벌였습니다. ‘용전역투’(勇戰力鬪)는, 병법을 말할 때에 사용하지요.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용전’과 ‘역투’를 나누어서 쓰고 있습니다. 즉, ‘용전’(勇戰)은 ‘용감하게 싸움, 또는 그 전투’를 말하고, ‘역투’(力鬪)는 ‘힘을 다하여 싸움’을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말을 바꾸어서 ‘용투’(勇鬪)와 ‘역전’(力戰)으로 쓰기도 하지요.

온 힘을 다하여 용감하게 싸우는 데에 당할 자가 있겠습니까? 그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자랑하던 아라비아 군대도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싸움에 이긴 프랑스 병사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성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보무(步武)도 당당하다.’는 행진하는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어연번듯하다.’를 이릅니다. 모든 병사들이 목숨을 내걸고 싸운 대가로 얻은 입성이니 자랑스러울 만도 했을 겁니다. ‘입성’(入城)은 글자 그대로 ‘성 안으로 들어감’을 말합니다.

‘전쟁에는 차선이 없다.’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머리에 떠오릅니다. ‘차선’(次善)은 ‘최선의 다음’ 또는 ‘최선에 버금가는 좋은 방도’를 나타냅니다. 그야, ‘최선’(最善)은 ‘가장 좋거나 훌륭한 것’을 이릅니다. 그러므로 ‘차선이 없다는 말’은 ‘일등만 있고 이등은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전쟁은 다만 승리 아니면 패배만 있을 뿐입니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