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8) 카이로를 향하여 전진!

시조시인 2008. 11. 23. 10:43

(88)

   이윽고, 프랑스의 함대는 이집트 항구에 닿았습니다. 거기에서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했습니다.

그러면, 카이로에 대해서도 조금 알아볼까요? 카이로(Cairo)는, 나일 강의 삼각주 남쪽 끝에서 남쪽으로 약 20킬로미터쯤 되는, 오른쪽 연안에 있는 아프리카 최대의 도시입니다. 특히 그 가까이에 기제(Gizeh)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지요. 이 카이로는 우리나라의 해방과 관계가 있기에 관심이 많이 가는 곳입니다.

1943년 11월 27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처칠 영국 수상 및 장제스(蔣介石) 중국 수석이 이 곳에서 ‘카이로 선언’(-宣言)을 했습니다. 그 내용은, 일본에 대하여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일본이 1914년 이후에 점령한 태평양 제도의 반환’과 ‘적당한 시기의 우리나라 독립’, 그리고 ‘만주 ․ 대만 ․ 팽호도의 중국에 반환’ 및 ‘세 나라의 영토를 넓히지 않겠다는 것’ 등의 중요사항들입니다. 이어서 12월 1일에는 카이로 회담이 있었습니다.

적지 깊숙이 들어가는 도중에, 프랑스 군대는 때때로 아라비아 군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적군들은 말을 타고 갑자기 몰려와서는 프랑스 병사들을 쏘아 죽이고는 재빨리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러니, 언제 어디에서 또 적병이 나타날는지 몰라서 프랑스 병사들은 항상 긴장을 하게 되었지요. 이게 바로 상대편을 피로하게 만드는 그들의 전술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프랑스 군대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샘과 우물에 독약을 넣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집트는 사막의 나라입니다. 사막에서는 무엇보다도 먹는 물이 중요합니다. 그처럼 중요한 음료수 안에 독약을 풀었기 때문에 물을 함부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잔뜩 피로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갈증까지 참아야 하니, 그 괴로움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눈 위에 또 서리가 덮인 격’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프랑스 병사들 중에는 목이 타서 죽는 사람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던 시기는 여름이었습니다. 그 더운 한여름에 총을 들고 이리저리로 뛰며 훈련을 받게 되니 참으로 어려움이 컸습니다. 땀을 비가 오듯 쏟았으며, 그에 따라 갈증도 무척이나 심하게 느꼈습니다. 수통의 물은 금시에 바닥이 나고, 훈련 중에는 먹을 물을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논에 고여 있는 물을 엎드려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갈증의 고통을 조금은 알지요.

프랑스 군인들은 자연과 악전고투를 벌이느라고 말이 아니었습니다. ‘악전고투’(惡戰苦鬪)는, ‘불리한 상황에서 우세한 적을 상대로 죽을힘을 다하여 싸움’ 또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이겨내며 모질게 노력함’을 비유하여 하는 말입니다. 더위와 갈증에 더하여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기 때문에, 개중에는 장님이 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병사들은 갈팡질팡하며 “물, 물, 물을 마시고 싶다.”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갈팡질팡’은 ‘일정하게 행동할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양’을 말합니다. 무어니무어니 해도, 이럴 때는 누구나 시원한 감로수 한 잔이 간절합니다. ‘무어니무어니 해도’는 ‘이러니저러니 해도’의 뜻으로, 다음 말을 강조할 때에 쓰는 말입니다. 줄여서 ‘뭐니뭐니 해도’라고도 하지요. ‘감로수’(甘露水)는, 일반적으로 ‘맛이 썩 좋은 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육욕천’(六慾天)의 둘째 하늘인 ‘도리천’에 있는 달콤하고 신령스런 액체를 일컬어서 ‘감로’라고 합니다. 이 액체는 한 방울만 마셔도 온갖 괴로움이 사라지고,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래 살 수 있으며 죽은 이는 부활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먹을 물’도 사먹는 시대가 되었으니, 내가 물장수를 한다면 그 이름을 ‘감로수’라고 붙이면 좋을 듯합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