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5) 몇 날 며칠 전투를 계속하다

시조시인 2008. 11. 20. 20:18

(85)

   참으로 연저지인의 멋진 사령관입니다. ‘연저지인’(吮疽之仁)은 ‘상사가 부하를 사랑함’을 말합니다. 단 한 졸병의 마음일지라도, 오직 거짓 없는 애정만이 그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지요. 그러하기에 장수된 자는 모름지기 먼저 사졸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는 30개월 동안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습니다. 그것도 보초병으로 말입니다. 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에 병무청으로부터 입대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세가 불안했던 터라, 나는 일단 대학은 졸업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병무청에 입대의 연기를 원하는 서류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무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학을 졸업은 하였는데, 군대의 입대 통지서가 나오지를 않으니 난감하였지요. ‘난감’(難堪)은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워서 처지가 아주 딱하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절차를 밟아서 입영통지를 받으려면 일년을 허송세월해야만 했으니까요. ‘허송세월’(虛送歲月)은 하는 일 없이 ‘세월을 헛되이 보냄’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허도세월’(虛度歲月)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수소문’(搜所聞)은 ‘세상에 떠도는 소문을 더듬어 찾음’을 이릅니다. 그 때, 누군가가 훈련소로 직접 가서 현지입대를 하라고 귀띔해 주더군요. 그 말에 따라, 나는 무작정 징집 현장으로 달려가서 한 장교를 붙들고 도와 달라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통사정’(通事情)은 ‘자기의 딱한 사정을 남에게 털어놓고 말함’을 가리킵니다.

그 장교의 도움으로 나는 간신히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글쎄 모두가 싫어하는 ‘헌병’이라는 ‘병과’를 받았습니다. 이는 완전히 복불복입니다. ‘복불복’(福不福)은 ‘복분의 좋거나 좋지 아니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복분’(福分)은 ‘복을 누리는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좀더 쉽게 말하면,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입니다. ‘헌병’이나 ‘병과’에 대해서는 부언할 필요가 없겠지요? ‘부언’(附言)은 이미 앞에서 설명했으니, 잊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얼떨결에 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마친 다음, 헌병학교로 가서 특수교육까지 모두 마친 후, 국방부 헌병중대로 배속을 받았습니다. ‘배속’(配屬)은 ‘어떤 곳에 배치하여 일하게 함’을 말하고, ‘배치’(配置)는 ‘사람을 알맞은 자리에 나누어 앉힘’을 뜻합니다. 그 곳에서 나는, 병장으로 제대할 때까지 보초만 섰지요. 그러니, 보초를 서다가 잠깐 잠든 그 사병의 일이 결코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만 않는군요. 조금은 쑥스럽습니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우려먹는 게 군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려먹다.’는 ‘이미 이용했던 어떤 내용을 다시 써먹다.’ 또는 ‘남에게 끼친 은혜를 미끼로 남을 위협하거나 달래거나 하여 두고두고 물건 따위를 얻어먹다.’를 이릅니다. 그러나 ‘울궈먹다.’는 방언이므로, 표준어인 ‘우려먹다.’로 바르게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남자들은 둘만 만나도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여자들은 그 이야기에 진저리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저리’는 ‘겁나거나 징그러운 것을 보았을 때에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움츠러들며 떨리는 현상’ 또는 ‘어떤 일에 싫증이 나서 지긋지긋해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원래는 ‘찬 것이 별안간 살에 닿거나 오줌을 누고 난 뒤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 뜻으로 쓰고 있지요.  

두 나라 군대는 몇날 며칠 동안 전투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는 끝내 오스트리아 군대를 항복시키고 말았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