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3) 총알이 머리 위로 날아가다

시조시인 2008. 11. 18. 07:14

(83)

  이번에는 ‘아르콜라’라는 곳에서 양쪽 군대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습니다. ‘대치’(對峙)는 ‘서로 마주 대하여 버팀’을 말합니다. 아르콜라 다리를 프랑스 군대가 건너려고 하기도 전에, 오스트리아 군대는 닥치는 대로 대포와 총을 쏘아댔습니다. 그 용감한 프랑스 군사들도 총탄에 맞아서 픽픽 쓰러졌습니다. 이런 예기는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예기’(銳氣)는 ‘세찬 기세’를 말하지요.

그 기가 꺾이기를 기다리며 서 있던 나폴레옹은, 무심코 발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이상한 모양의 클로버 잎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그 잎을 자세히 보려고 몸을 구부렸을 때였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핑’하고 총알이 나폴레옹의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하마터면, 나폴레옹이 목숨을 잃게 될 뻔했습니다. ‘하마터면’은 ‘자칫 잘못하였더라면’의 뜻입니다. 이는, 어떤 위험 따위를 모면하였을 때에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한 풀잎은 바로 ‘네잎 클로버’였습니다. 그 이후로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적진을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기장지무’이고 ‘기호지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장지무’(旣張之舞)는 ‘이미 벌인 춤’이라는 뜻으로 ‘시작한 일이므로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기호지세’(騎虎之勢)는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나거나 할 수 없는 내친 형세’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돌격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폴레옹은 돌격의 나팔을 불도록 명령했습니다. 일제히 프랑스 병사들은 다리를 향하여 거세게 밀려들었습니다. 그 때, 맨 앞에서 프랑스의 깃발을 들고 진격하던 병사가 총탄에 쓰러졌습니다. 이를 본 나폴레옹은, 말에서 뛰어내린 다음, 그 깃발을 들고 다리를 뛰어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장병들이여, 내 뒤를 따르라!”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적탄 속을, 나폴레옹은 발산개세의 용기로 돌진하였습니다. ‘발산개세’(拔山蓋世)는 ‘역발산기개세’의 준말이고,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는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정도로 웅대함’을 나타냅니다. 이는, 초(楚)나라 항우(項羽)의 빼어난 힘과 기개를 표현한 말입니다. 또한, ‘강장하(强將下)에 무약병(無弱兵)이라’는 관용사가 있습니다. 이는, ‘강한 장수 밑에 약한 병사가 없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앞으로!”

“와아! 와아!”

나폴레옹이 큰 소리로 외칠 적마다 병사들도 큰 소리로 답하며 적진을 향해 진격했습니다. 그 많은 병사들이 한 마리의 살아 있는 용처럼 수미상응하였습니다. ‘수미상응’(首尾相應)은 ‘머리와 꼬리가 서로 응하여 도움’을 뜻합니다. 강약부동이라, 역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약부동’(强弱不同)은 두 편의 힘이나 역량에 있어서 ‘강하고 약한 정도가 같지 아니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亦是)는 ‘미리 어림잡아 생각한 대로’라는 뜻이지요.

전투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많은 병사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군대 전체의 죽고 사는 데 관계되는 아주 중요한 요점입니다. 그래서 이 일은 바로 군대의 모든 행동 중에 근본이 됩니다. 다수의 군대를 소수의 사람을 다루듯이 하는 방법은, 군대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편제하는 거라고 합니다. ‘편제’(編制)는 ‘낱낱의 구성원을 일정한 체계에 맞게 짜서 조직을 이룸, 또는 체제나 기구’를 말합니다. 이는 병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인데, 군대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과언’(過言)은 ‘정도가 지나친 말’을 나타냅니다. 다른 말로, ‘일구’(逸口)라고도 하지요.(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