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2) 고침한등의 나폴레옹

시조시인 2008. 11. 17. 21:41

(82)

  프랑스 병사들은 기고만장하고 의기양양했습니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은, 일이 뜻대로 잘 되어서 기세가 대단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펄펄 뛸 만큼 몹시 성이 나 있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의기양양’(意氣揚揚)은, 바라던 대로 되어서 ‘아주 자랑스럽게 행동하는 모양’을 이릅니다.

승자의 의기충천한 태도와 패자의 의기소침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도 합니다. ‘의기충천’(意氣衝天)은 ‘의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름’을 뜻하고, ‘의기소침’(意氣銷沈)은 ‘기운을 잃고 풀이 죽음’이나 ‘의욕을 잃고 기가 꺾임’을 말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의기상투하면 못 이룰 일이 없겠지요. ‘의기상투’(意氣相投)는 ‘서로 마음이 맞음’을 나타냅니다. 다른 말로는 ‘의기투합’(意氣投合)이라고도 합니다. 사병들도 사관들도, 나폴레옹의 용기에 새삼스레 감탄하게 되었고, 차츰 사나이 대 사나이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군대는 여러 전투를 계속 승승장구하면서 밀라노를 지난 후에 로마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승승장구’(乘勝長驅)는 ‘싸움에 이긴 여세를 타고 계속 몰아침’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마음이 아픕니다. 왜냐고요? 멀리 두고 온 아내 때문이지요. 아무리 전쟁터라고 하여도, 고침한등의 나폴레옹은 독수공방의 조제핀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습니다. ‘고침한등’(孤枕寒燈)은 ‘외로운 베개와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홀로 자는 쓸쓸한 밤’을 이르고, ‘독수공방’(獨守空房)은 ‘여자가 남편 없이 혼자 밤을 지냄’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독숙공방’(獨宿空房)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짬이 날 적마다 사랑하는 조제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짬이 나다.’는 ‘틈이 생기다.’ 또는 ‘겨를이 생기다.’ 등의 뜻입니다. 즉, ‘짬’이란, ‘한 가지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사이’를 가리킵니다. 원래는 ‘물건 사이에 벌어진 틈’을 이르던 말이, ‘바쁜 일 사이에 낼 수 있는 시간’으로까지 변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히 ‘러브 레터’(love letter)입니다. 그 내용을 살짝 엿보도록 하지요.

‘아내여. 내 삶의 고통이요, 기쁨이요, 희망인 내 사랑이여. 나는 당신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하고 싶소. 당신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줄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존재라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조제핀은 나폴레옹을 완벽하게 자기의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절대적인 지배자였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건 남자이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는 말을, 이제는 실감하겠지요?

패배의 소식을 들은 오스트리아 정부는, 프랑스 군대와 다시 맞서기 위해 7만 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이탈리아로 급히 보냈습니다. 여기에서 사족 하나를 덧붙일까 합니다. ‘사족’(蛇足)은 ‘쓸데없는 군일을 하다가 도리어 실패하는 것’ 또는 ‘이야기 끝에 뭔가 부족하고 미진한 사항을 덧붙일 때’ 등에 쓰는 표현입니다. 이는, ‘화사첨족’(畵蛇添足)의 준말입니다.

중국 초나라 때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하인들에게 술을 마시라고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술의 분량이 딱 한 사람이 마시기에 적당하였습니다.

그러자, 하인들은 ‘뱀 그리기 내기’를 하여 먼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술을 차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뱀 그림을 그리긴 했는데, 무엇인가 빠진 듯하여 그 발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뱀의 발을 그리는 동안에 다른 한 사람이 잽싸게 ‘뱀 그림’을 완성하여 술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저리 어리석은 사람이 다 있군. 본래 있지도 않은 뱀의 발을 그리느라고 술을 빼앗기다니!”

모든 하인들이 ‘뱀의 발’을 그린 그 사람을 비웃었습니다.

병법 책을 보면, 전쟁의 승리를 미리 알 수 있는 5가지가 씌어 있습니다. 그 첫째는 ‘싸울 수 있는 경우와 싸워서는 안 될 경우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이고, 그 둘째는 ‘많은 병력과 적은 병력의 사용방법을 아는 자는 승리한다.’이며, 그 셋째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마음이 같으면 승리한다.’이고, 그 넷째는 ‘조심스레 경계함으로써 적이 경계하지 않음을 기다리는 자는 승리한다.’이며, 그 다섯째는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견제하지 아니하는 자는 승리한다.’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승리를 미리 아는 길입니다. 나폴레옹은 이 다섯 가지를 불을 보듯이 환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