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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모든 병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병사들이여, 제군은 먹을 빵이 없고 입을 옷이 없다. 그런데도 암굴 속에서 무기를 베개로 삼으며 조국을 위하여 싸우고 있다. 우리 공화정부는 귀관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여 그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병사들이여, 이제는 안심하라! 나는 귀관들과 함께 이 땅에서 가장 부유한 ‘롬바르디아’로 쳐들어가려고 한다. 그 곳에는 많은 금은보화가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병사들이여, 이제 조금만 나와 함께 참고 견디어라. 그리고 나와 함께 진격하자!”
그러면 여기에서 잠깐 ‘롬바르디아’에 대하여 살펴보는 게 좋겠군요. ‘롬바르디아’(Lombardia)는 이탈리아 북부의 스위스와 인접한 주(州)입니다. 북반(北半)은 알프스 지방이고, 남반(南半)은 롬바르디아 평원이지요. 농업과 공업이 성한 곳입니다. 이 지역에 밀라노(Milano)와 베로나(Verona)가 있습니다. 6세기에 게르만 민족의 한 줄기인 롬바르디아 사람들이 건국했던 지방인데, 1859년에 이탈리아 영토로 되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나폴레옹의 이 훈시는, 프랑스 병사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훈시’(訓示)는 ‘상관이 집무에 관한 주의사항을 부하들에게 일러 보임’을 가리킵니다. ‘사기’(士氣)라는 말의 뜻은 잊지 않았겠지요?
병법에 이르기를 ‘사기를 앙양시키는 데에는 적개심의 격발과 아울러 전공에 대한 포상이 필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앙양’(昻揚)은 ‘무슨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정신이나 의욕 등을 드높임’을 이르고, ‘적개심’(敵愾心)은 ‘적에 대하여 분개하는 마음’을 말하며, ‘격발’(激發)은 기쁨이나 분노 따위의 감정이 ‘격렬하게 일어남’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전공’(戰功)은 ‘전투에서 세운 공로’이고, ‘포상’(褒賞)은 ‘칭찬하고 권장하여 상을 줌’을 나타냅니다. 즉, 재물을 갖고 싶다고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한 전술입니다. 한문으로 ‘취적지리자화야’(取敵之利者貨也)라는 게 있습니다. 이는 ‘적의 이를 탈취하려면 탈취한 사졸에게 재화로 상을 주어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이렇듯, 전쟁에서 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까닭에, ‘병을 능숙하게 잘 다루는 자는 적군의 사기가 날카로울 때를 피하고 사기가 해이해졌거나 사라진 때에 공격한다.’라는 말이, 그 당시의 장군들에게는 금과옥조로 통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금과옥조’(金科玉條)는 ‘금과 옥 같은 법률’이란 뜻으로,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어서 지키는 규칙이나 교훈’을 말합니다. 과연 사기도 때에 따라서 달라질까요? 물론입니다. 병법을 적어 놓은 옛 책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대체로 사기라는 것은 처음에 왕성해지고 뒤에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에는 긴장하지만, 오랜 시간이 되면 느슨해진다. 가령 하루 동안을 두고 본다면, 아침의 사기는 날카로운 게 상례이다. 사람이 아침에 처음 일어났을 때는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점점 느슨하여져서 낮에는 게을러지고 해가 저물 무렵에는 아주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날짜가 많아짐에 따라, 또는 달수가 늦어짐에 따라, 더욱이 햇수가 겹쳐짐에 따라 사기는 점점 해이해지게 되고 마침내 소멸하게 된다.’
프랑스 병사들은 지금까지 자기의 사령관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령관은 늘 막사 안에 앉아 있으면서 명령만을 내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새로운 사령관은 아주 달랐습니다. 나폴레옹은 부하들 앞에 나서서 진심 어린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병사들은 새로운 용기가 샘솟았습니다.
모름지기,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도 바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름지기’는 ‘마땅히’ 또는 ‘응당’을 이르는 순우리말입니다. 프랑스 병사들의 가슴에는 나폴레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믿음직하게 새겨졌습니다. 이를 가리켜서 ‘권권복응’이라고 합니다. ‘권권복응’(拳拳服膺)은, 명령이나 훈계 따위를 ‘마음에 새겨서 늘 잊지 아니함’을 가리킵니다. ‘권권’은,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지키는 모양’ 또는 ‘공경하여 삼가는 모양’을 말합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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