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78) 이탈리아 방면의 새 사령관이 되다

시조시인 2008. 11. 12. 06:28

(78)

   프랑스 공화정부로부터 이탈리아 방면의 새로운 사령관이 된 나폴레옹은, ‘니스’라는 우리나라 읍 정도의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니스’(Nice)는,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지중해 해안의 관광도시입니다. 작은 ‘만’에 임한 항구인데, 손꼽히는 세계적인 관광요양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곳에는 호텔과 별장은 물론이려니와, 박물관과 식물원 및 천문대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리브유와 향수 및 비누를 비롯해서 비단과 무명제품들이 산출되었습니다. 고대 페니키아의 식민도시로 건설되었다는군요. ‘만’(灣)은 ‘바다의 일부가 육지로 휘어 들어가 있는 부분’을 말합니다. 앞에서는, ‘곶’에 대하여 설명한 적이 있지요? 그와는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그리고 ‘페니키아’란 곳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까? ‘페니키아’(Phoenicia)는, 시리아의 지중해 연한 중부에 위치한, 레바논 산맥 서방지역의 옛 이름입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와 크레타를 연결하는 지점인데, 예로부터 상업이 번성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비블로스(Byblos)’나 '시돈‘(Sidon) 등의 도시가 건설되었으며, 식민 활동도 활발하였고, 카르타고가 번영하였다고 합니다. 독창적인 문화는 지니지 못했으나, 각국의 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알파벳이 그리스인에게 채용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메소포타미아’나 ‘크레타’, 그리고 ‘비블로스’와 ‘시돈’ 등의 도시와 ‘카르타고’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니스에는 오스트리아 군대와 싸우고 있던 3만여 명의 프랑스 원정군이 있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3만6천 명의 군대와 4천 마리의 말과 30만의 프랑스 은화와 겨우 보름치의 식량이 있었습니다. 그 곤란은 의외로 심각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프랑스 군대는 현군고투하고 있었습니다. ‘현군고투’(懸軍孤鬪)는 ‘적지에 깊숙이 들어가서 후방에 있는 우군과의 연락도 끊긴 채로 외롭게 싸움’을 이릅니다. 게다가, 작은 싸움이 빈번했으나, 프랑스 군대는 오스트리아 군대에게 번번이 싸워서 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프랑스 장병들은 용기를 잃고 ‘풍성학려’의 상황에 이르렀을 듯합니다. ‘풍성학려’(豊聲鶴唳)는 ‘중국 동진(東晋) 때에 진(秦)나라 왕인 부견(符堅)이 비수(淝水)에서 크게 패하여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추격해 오는 군사가 아닌가 하고 놀랐다는 옛일’에서 ‘겁을 먹은 사람이 하찮은 일에도 놀람’의 비유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인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이 소댕을 보고 놀란다,’는 말과 그 뜻이 같습니다.

싸웠다 하면 졌으니, 프랑스 군인들은 오스트리아 병사들에게 학을 떼었을 만도 합니다. ‘학을 떼다’는 ‘괴로운 일이나 진땀이 나는 일을 간신이 모면하든지 벗어나든지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여기의 ‘학’은 바로 ‘학질’입니다. 그러므로 말을 바꾸면, ‘학질을 벗어났다.’가 됩니다. ‘학질’(瘧疾)은 모기가 여름에 옮기는 전염병인 ‘말라리아’(Malaria)를 말합니다. 무시무시한 열병인 이 학질은, 높은 열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에 ‘진땀을 빼는 것’에 비유하여 ‘학을 떼다.’라고 말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지요. 거기에다, 군복도 제대로 입지 못하였고, 식량도 부족하였으며, 나쁜 병까지 번져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사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럴 때는 병사들을 닦달했다간 큰일이 납니다. ‘닦달하다.’는 ‘단단히 단속하거나 몹시 몰아대거나’하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는 ‘닦고 다듬질한다.’는 뜻이었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