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장가들다.’라는 말도 그리 쉬운 말은 아닙니다. 아내의 아버지를 ‘장인’(丈人)이라고 하며, 아내의 어머니를 ‘장모’(丈母)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장가’(丈家)는 당연히 ‘처갓집’이 됩니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시댁으로 가기 때문에 ‘시집간다.’라고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가 결혼을 하면 처갓집을 자주 가게 되기 때문에 ‘장가들다.’라고 하지요.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니, 조제핀은 나폴레옹의 사주단자를 받았을 리가 만무합니다. ‘사주단자’(四柱單子)에서 ‘사주’는 ‘한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가리키고, ‘단자’는 ‘부조하는 물건의 수량이나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나타냅니다. 이 사주단자는 혼인을 정한 후에 신랑의 집에서 신랑이 태어난 해(年)와 달(月)과 날(日)과 시간(時)의 사주를 적어서 신부의 집으로 보내는 편지지입니다.
그들은 1796년에 화촉을 밝혔는데, 나폴레옹은 27세였으며, 조제핀은 그보다 6살이나 많은 33세였습니다. ‘화촉을 밝히다.’는 ‘혼례식을 올리다.’라는 뜻입니다. ‘화촉’(華燭)은, 혼례를 치르는 의식 때에 촛불을 밝히는 데서 ‘혼례’(婚禮)를 달리 이르는 말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화촉지전’(華燭之典)이라고 하면 ‘결혼식’을 말하며, ‘화촉동방’(華燭洞房)이라고 하면 ‘신랑과 신부가 첫날밤을 지내는 방’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일은 오래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백년’이라는 말을 붙인 게 많습니다. 이를테면, ‘백년가약’(百年佳約)은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한평생을 함께 지내자는 아름다운 언약’을 가리키고, ‘백년지객’(百年之客)은 ‘언제까지나 깍듯이 대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이라는 뜻으로 처가에서 ‘사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또, ‘백년해락’(百年偕樂)은 ‘부부가 되어서 한평생 즐겁게 지냄’을 나타내고,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부부가 되어서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함께 늙음’을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수성례’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작수성례’(酌水成禮)란, ‘물을 떠놓고 혼례를 치른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구차하게 혼례를 치름’을 말합니다. 아주 옛적 사람들은 어려운 시절을 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혼례를 치렀답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많아서 놀랐습니까? 옥오지애를 지니면, 이런 나이 차이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옥오지애’(屋烏之愛)는 ‘사랑하는 사람의 집 위에 있는 까마귀까지 귀여워한다.’는 뜻으로 ‘지극한 사랑’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뜻을 지닌 우리의 속담으로,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는 게 있기도 하지요.
그렇고말고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으니 행복했겠지요. 이제부터 나폴레옹은 ‘서방님’이 되었고, 조제핀 ‘마누라’가 되었습니다. ‘서방(書房)님’은 ‘남편’에 대한 호칭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한 시동생’의 호칭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서방’은 원래 ‘벼슬 안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답니다. 그리고 ‘마누라’는 ‘아내를 허물없이 부를 때’나 ‘다른 사람에게 아내를 낮추어서 이야기할 때’ 등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본래 조선시대에 ‘대비 마노라’나 ‘대전 마노라’처럼 ‘마마’와 같이 쓰이던 극존칭이었습니다. ‘극존칭’(極尊稱)이란, ‘아주 높여서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다가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늙은 부인’이나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결혼한 지 이틀 만에, 나폴레옹이 훌쩍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좋아서 결혼을 한 것이니, 부부지정이야 더 없이 뜨거웠겠지요. ‘부부지정’(夫婦之情)은 ‘부부 사이의 애정’을 이르지요. 이를 더욱 멋지게 표현하면, ‘금실지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금실지락’(琴瑟之樂)은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말합니다. ‘금실’의 본딧말은 ‘금슬’입니다.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를 뜻하지요. 거문고 소리와 비파 소리가 한데 어울리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고도 남습니다. 또, ‘남흔여열’(男欣女悅)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는, ‘남편과 아내가 모두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화락함’을 이르는 말이지요.
(김재황)
'봉쥬르, 나폴레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78) 이탈리아 방면의 새 사령관이 되다 (0) | 2008.11.12 |
---|---|
(77) 그 이틀 만에 이탈리아로 떠나다 (0) | 2008.11.11 |
(75) 조제핀과 청사등롱을 밝히다 (0) | 2008.11.09 |
(74) 본의 아니게 맞선을 보다 (0) | 2008.11.08 |
(73) 모두 일임해 주시겠습니까? (0) | 2008.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