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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대가 프랑스 사람을 죽이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대로 내버려 두면,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참에, 코르시카 사람을 업신여기기 잘하는 프랑스 사람의 콧대를 꺾어 놓자. 나는 코르시카 사람이다. 내가 프랑스 사람인 그들을 혼낸다면 코르시카 사람들이 고소하게 여길 거다. 게다가 그들은 폭도들이 아닌가?’
아마도 나폴레옹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한참 만에, 나폴레옹은 그 곳의 모든 관리들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어떻게 그들을 물리치든지 간에, 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시겠습니까?”
‘일임’(一任)이란, ‘모조리 맡김’을 뜻합니다. 나폴레옹은 그 곳의 모든 관리들로부터 확답을 받아낸 후에야, 그 임무를 맡았습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아무런 훈련을 받지 못한 폭도쯤은, 나폴레옹에게 그저 식은죽 먹기일 뿐입니다. ‘식은죽 먹기’는 무슨 일을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를 사자성어로 쓴다면,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이는, ‘새발에 피’라는 뜻으로, ‘하찮은 일이나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적은 양’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시가지에서 싸우는 데는 무엇보다 대포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곧 파리 가까이에 있던 많은 대포들을 모아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높은 건물 위로 그 대포들을 끌어올려 놓고, 포탄을 준비하여 언제든지 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드디어 반란군이 파리시로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파리가 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프랑스의 서울이요, 프랑스의 장안입니다.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이기도 합니다. ‘수도’(首都)는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있는 도시’를 뜻합니다. ‘서울’은 본래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가리키던 말이었습니다. ‘서라벌’(徐羅伐)이라든가 ‘서벌’(徐伐)이라든가 ‘서나벌’(徐那伐) 등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답니다. 서울의 ‘서’는 ‘수리’나 ‘솔’이나 ‘솟’의 음과 통하는 언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높다.’ 또는 ‘신령스럽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울’은 ‘벌’이나 ‘부리’의 변음으로, ‘벌판’이나 ‘큰 마을’이나 ‘큰 도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안’(長安)은 옛날 중국의 ‘한’(漢)나라 수도를 이르는 말입니다. 한나라가 이 곳에 도읍을 정한 뒤에 수나라에서 당나라 때까지 계속 도읍으로 자리 잡은 도시입니다. ‘도읍’(都邑)은, 바로 ‘서울’을 가리킵니다. 조선시대 모화사상에 물든 양반들이 ‘장안’이란 이름을 우리나라로 들여와서 ‘서울 장안’이라고 부른 데에서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모화사상’(慕華思想)은 ‘중국의 문물을 섬기고 따르려는 생각’입니다.
수많은 폭도들은 칼을 번쩍 쳐들고 권총과 장총 등을 쏘면서 정부편이 굳게 지키고 있는 궁전으로 밀어닥쳤습니다. 때를 기다리고 있던 나폴레옹은, 큰 소리로 장병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발사!”
“쾅! 쾅! 쾅!”
대포는 하늘과 땅을 울리며 굉장한 소리로 포탄을 내뿜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운 대포입니까? 폭도들은 비명 한 번 제대로 못 지르고 그 자리에 픽픽 쓰러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길거리의 여기저기에는 많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부상당한 여러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지요. ‘아비규환’(阿鼻叫喚)은 ‘계속되는 극심한 고통으로 울부짖는 참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흔히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이 일어났을 때에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아비규환’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나타냅니다. 불교에서는 ‘지옥’(地獄)을 8군데의 ‘뜨거운 지옥’과 8군데의 ‘추운 지옥’으로 나눕니다. 그런데 8군데의 ‘뜨거운 지옥’ 중에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 있습니다.
즉, ‘아비지옥’은, 땅속의 맨 아래에 있는 지옥으로, 오역죄를 범하거나 절을 파손시키거나 스님을 비방하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 가게 된다고 합니다. ‘오역죄’(五逆罪)는, 곧 ‘아버지를 죽이는 일, 어머니를 죽이는 일, 아라한을 죽이는 일, 중의 화합을 깨뜨리는 일, 불신을 손상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아라한’(阿羅漢)은 ‘깨달음을 얻어서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고, ‘불신’(佛身)은 ‘부처의 몸’을 말합니다. 이 곳에서는 펄펄 끓는 뜨거움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규환지옥’은 살생이나 도둑질이나 음행 등을 저지른 사람들이 떨어지는 지옥입니다. 또, 이 곳에서는 가마솥에서 삶기거나 뜨거운 ‘쇠의 집’ 속에 들어가서 크나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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