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84) 내가 대신으로 보초를 섰다

시조시인 2008. 11. 19. 00:49

(84)

    여기에서도 오스트리아 군대는 나폴레옹 군대에게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나폴레옹은 전투의 지휘를 잘 하는 데에다가 용감했으며, 한편으로 다정한 군인이기도 했습니다. 일언이폐지하고, 그는 강유겸전의 사령관이었습니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는 ‘구구한 말을 줄이고, 한 마디의 말로서 함’이라는 뜻입니다. 줄여서 ‘폐일언(蔽一言)하다.’라고 쓰기도 하지요. 그리고 ‘강유겸전’(剛柔兼全)은 ‘굳셈과 부드러움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이릅니다.

나폴레옹이 밤에 혼자 진지를 돌아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보초병이 총을 든 채로 나무에 기대어서 잠깐 동안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그 사병이 ‘오죽이나 피곤했으면 그 살벌한 전쟁터에서 잠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 사병의 총을 가만히 빼앗아 들고는 그의 대신으로 보초를 섰습니다.

깊은 잠이야 들었겠습니까? 호홀지간이었지만, 사병은 눈을 떴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호홀지간’(毫忽之間)은 ‘아주 짧은 동안’을 가리킵니다. 그 사병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소스라치다.’는 ‘깜짝 놀라서 몸을 떠는 듯이 움직이다.’라는 순우리말이지요. 왜 안 그렇겠습니까? 하늘과 같은 사령관이 자기 총을 대신 지니고 보초를 서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군대에서는, 보초를 서던 병사가 잠을 자게 되면 중한 벌을 받게 됩니다. 본인 한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모든 전우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령관이 보초까지 섰다니, 이건 보통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기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단단히 경을 쳐야 될 일입니다. ‘기합(氣合)을 주다.’는 ‘주로 군대나 학교같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규율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에 ‘흩어진 기를 모으게 하여 정신과 행동의 규율을 되찾게 할 목적으로 체벌이나 벌을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경(黥)을 치다.’는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형벌의 하나’로, ‘자자’(刺字)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자자’란, 고대 중국에서부터 행해졌던 형벌 중 하나입니다,

즉,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흠을 내어서 먹물로 죄명을 찍어서 ‘넣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때까지 행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을 친다.’는 것은, 곧 도둑이 관아로 끌려가서 ‘경’이라는 형벌을 받는다는 말이었지요. 지금은 ‘몹시 호된 꾸지람’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 곧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사병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불호령’은 ‘갑작스럽게 내리는 다급하고 무서운 호령’이나 ‘몹시 심한 꾸지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본뜻은, ‘볼멘소리로 하는 호령’이라는 뜻에서 ‘볼호령’이었답니다. 마음에 차지 않고 불만스러운 점이 많을 때에 볼이 메게 되지요. 그렇게 볼멘소리로 하는 호령은 무섭고 사나울 수밖에 없습니다. ‘볼호령’이 이처럼 불 같이 사납고 무섭기 때문에 ‘불호령’으로 변해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그 사병에게 총을 건네며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대신으로 보초를 섰다. 너는 지쳐 있었다. 그러나 보초의 임무는 막중하다. 앞으로는 분발하여 열심히 해 주기 바란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