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자선시조 30편) 30. 농악놀이

시조시인 2008. 11. 27. 22:29

                      농악놀이


 

 

 

                                          김 재 항


 

열두 발 상모 채가 빈 하늘을 희롱하면

막걸리 한 사발로 온 세상을 열어 놓고

농부들 어둔 가슴에 달로 뜨는 소고 소리.


두 팔로 때린 매에 몸을 떠는 서러운 몸

가난을 깔고 앉은 다북쑥도 여위는데

징 소리 둥글게 새겨 어깨춤만 휘청거린다.


종이꽃 빚어 달고 고개를 숙인 고깔들

날라리 목청 따라 산자락을 잡고 돌면

갈증에 겨운 숲길도 물빛 꿈을 풀어 뵈고-.


언제나 한 발 먼저 날아서 가는 바람을

꽹과리 휘몰이로 즐겁게 만나는 오늘

고향에 세운 농기는 무명처럼 흔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