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12) 마침내 프랑스 황제가 되다

시조시인 2008. 12. 18. 21:27

(112)

   프랑스 온 국민이 투표에 참가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지요. 즉, 나폴레옹을 황제로 찬성한 사람은 3백5십만 명이나 되었으나, 반대한 사람은 겨우 2천5백 명밖에 안 되었습니다. 코르시카 사람이 프랑스 황제가 되다니, 이야말로 경천동지할 크나큰 사건입니다. ‘경천동지’(驚天動地)는 ‘하늘을 놀라게 하거나 땅을 뒤흔든다.’는 뜻으로, ‘세상이 몹시 놀라거나 기적 같은 것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1804년 12월 1일에는 황제로 즉위하였습니다. ‘즉위’(卽位)는 ‘황제의 자리에 오름’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등극’(登極)이나 ‘등조’(登祚)나 ‘즉조’(卽祚) 등이 있습니다. 이로써 나폴레옹은 35살에  황제가 되었고, 조제핀은 황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황포가신’이라는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황포가신’(黃袍加身)이란, ‘황제의 옷을 입었다.’는 뜻으로, ‘황제가 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즉, ‘황포’는 ‘중국의 황제가 입던 누른 곤룡포’를 말합니다. ‘곤룡포’(袞龍袍)는 누른빛이나 붉은빛의 비단으로 지었는데, 가슴과 등과 두 어깨에 발톱이 다섯 개나 달린 용의 무늬를 금실로 둥글게 수놓았습니다. 요즘의 두루마기와 비슷하게 생긴 옷이었지요.

그런데 프랑스의 황제에게 ‘폐하’라는 호칭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폐하’(陛下)는 ‘황제나 황후 또는 황태후’에 대한 공대말입니다. 이는, ‘궁전으로 오르는 섬돌 층계의 아래’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대에 사용하는 호칭들이 대부분 상대방을 높여서 부르는 방식인 반면에, 예전에 사용하던 호칭들은 이쪽 자신을 낮추어서 부르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전하’는 누구에 대한 호칭일까요? ‘전하’(殿下)는 ‘본래 임금이 정사를 보는 전각 아래’라는 뜻이었지요. 다시 말해서 ‘임금을 뵙는 사람이 서 있는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 또한,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존칭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예전에 ‘황태자’를 부르는 호칭으로만 쓰였다고 합니다. ‘황태자’(皇太子)는 ‘황제의 지위를 이을 황자’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동궁’(東宮) ‘저군’(儲君) ‘춘궁’(春宮) ‘황사’(皇嗣) 등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사물기원’(事物起源)이란 책에 씌어 있답니다.

조선조 때에는 사대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사대주의자’(事大主義者)에서 ‘사대’는 ‘약자가 강자를 붙좇아 섬김’ 또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김’을 말합니다. 그들이 중국에서 쓰는 말보다 한 단계 낮은 말을 쓰도록 우겼습니다. 그 때문에 결국은 우리나라에서 이 말을 ‘임금에 대한 호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군요.

말이 이왕 나온 김에, ‘합하’에 대해서도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합하’(閤下)는 옛날에 ‘영의정이나 좌의정이나 우의정’을 부르던 존칭’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고종의 아버지인 대원군을 ‘합하’라고 불렀습니다. ‘합하’라는 존칭은 성(姓) 아래에 붙여서 불렀다는데, 줄여서 그냥 ‘합’(閤)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합하’의 본뜻은, ‘정승들이 정사를 보는 다락방 문의 아래’입니다. 이 말 역시, 정승을 부르는 사람들이 서 있는 장소를 가리켜서 쓴 용어로, 자신을 낮춤으로써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10살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프랑스로 들어온 코르시카의 소년이 놀랍게도 프랑스의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소년 시절 이야기를 잊지 않았겠지요? 그 때, 그는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고 호랑이굴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지금, 그는 호랑이 새끼뿐만 아니라, 어미호랑이까지 잡게 된 겁니다. 이제는 호랑이를 잘 길들여서 코르시카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에 이용해야 됩니다. 마치 입술이 이를 지키듯이 말이지요.(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