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눈짓하는 제비꽃/ 김 재 황

시조시인 2020. 5. 29. 07:36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2)

 

 

 

          눈짓하는 제비꽃

 

                                 김 재 황


봄이면 들녘에서 보랏빛 눈 뜨는 꽃아
왜 너는 그 이름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겨우내 고운 꽃 소식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살 어린 딸과 봄놀이를 나갔다가
꽃핀 너 마주하고 예쁜 반지 떠올렸지
그 꽃이 믿음 하나를 반듯하게 지녔다.

 

줄기는 안 보이나 뿌리에서 돋은 잎들
꽃말이 무엇인지 찾고 보니 바로 사랑
앉아서 가슴 비우고 나도 꽃을 빚었다.

 

 

 


[시작 메모]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봄이 되면 제비가 강남에서 다시 돌아오듯 봄마다 이 땅의 들로 돌아오기 때문에 생겼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제비꽃은 별명이 많다. 제비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원줄기가 없고 뿌리에서 긴 잎자루가 있는 잎이 돋는다. 그렇듯 낮게 꽃이 피어 있기에 ‘앉은뱅이꽃’이라고도 부른다. 그런가 하면, 이 꽃의 뒷모습이 오랑캐를 닮아서 ‘오랑캐꽃’이라고 하기도 하며, 꽃의 모양새가 씨름할 때의 장수 같다고 하여 ‘씨름꽃’ 또는 ‘장수꽃’이라고도 한다. 또, 봄철에 꽃을 따서 ‘반지’를 만들어 끼우곤 했기에 ‘반지꽃’이란 이름도 있다.
제비꽃이 나를 향해 눈짓을 한다. 그러니 어찌 시조를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한 외국 문인이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도 고유한 시(詩)가 있습니까?” 나는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있고말고요. 우리나라에는 ‘시조’(時調)라는 민족시(民族詩)가 있지요.”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으랴.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녹색 신문 제258호. 2020. 4. 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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