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김 재 황
내가 섬을 떠나는 것은
떠나면서도
내가 섬을 사랑한다는 것은
십 년이나 함께 살며
구석구석 나무 하나하나
손때 묻은 귤밭을 두고
여름 바다에 눈물을 섞으면서도
내가 섬을 떠나는 것은
떠나가서도
멀리서 바라보는 눈길이
더욱 서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섬을 떠나는 것은
바람과 돌의 숨결을 두고
동박새 울음을 길게 남기고
떠나면서도
진정 떠나지 못하는 것은.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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