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진달래
김 재 황
흰 추위 밀어내고 노란 햇살 지핀 봄날
아궁이 부서진 곳 숨긴 손이 기어 나와
연분홍 치맛자락에 불을 옮겨 붙인다.
손짓을 따른 여인 그 뺨에 물든 수줍음
살며시 닿은 입술 더운 인정 확인하는
향긋한 화전놀이로 설레는 꿈 달래는가.
자갈밭 어지럽게 떨어져 피어난 마음
멀찍이 그리움이 아지랑이 위로 뜰 떄
피 흩는 두견 울음을 산에 남겨 놓으리.
(2002년)
(시작 노트)
우리나라의 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가 진달래인 듯싶다. 진달래는, 잎도 피기 전에 꽃부터 먼저 피어, 봄을 가장 빨리 알린다. 하지만 꽃이 너무 가냘프고, 또 피었다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애처로움이 있다.
진달래꽃을 한문으로는 두견화(杜鵑花)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두견의 울음소리가 피를 쏟듯 처절하기 때문이다. 봄이면 골짜기마다 서럽게 피어나는 진달래의 붉은 꽃에는, 두견의 그 핏빛 슬픔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달래는 주로 산간 양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저지대나 고산의 산골짜기, 그리고 암석 위에나 황폐한 곳, 또 비옥한 땅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나무이다.
그러나 산성(酸性) 땅을 좋아하므로, 진달래가 무성한 곳은 산성 땅이라고 짐작해도 과히 틀리지 않는다. 또한, 천근성(淺根性)이어서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산의 북쪽이나 동쪽 비탈에 진달래가 많은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진달래 종류로는 진달래를 비롯하여 왕진달래․반들진달래․한라산진달래․털진달래 등이 있다. 진달래류는 북반구에 약 600종이 분포하고 있다. 크게는 로드덴드론(Rhododendron)과 아잘레아(Azalea)로 나뉜다. 로드덴드론은 대개 잎이 대형이고 상록이며 꽃은 종(鐘) 모양이다. 그 반면에 아잘레아는 잎이 낙엽성이며 작고 거의 모든 꽃이 깔때기 모양을 나타낸다. 진달래꽃은 ‘만산홍’(滿山紅)이라고 하며, 진해(鎭咳)와 조경(調經)의 효능이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