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8. 27. 19:26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수정란풀   

                                   김 재 황



  너의 그런 눈짓에는 숨긴 슬픔이 있느니   
  은 종을 꺼내 들고 고깔 춤을 엮어 갈 때
  홀연히 앞에 나서는 나무 그늘 길이 있다.

  저 하늘이 닫혔으니 날개옷을 벗었는가,
  눈감은 몸의 비늘 잃어버린 풀빛 전설
  처연히 멀건 목숨이 더부살이 길을 간다.
                                      (2002년)
                   


  (시작 노트)

  학명이 ‘Monotropastrum globosum’인 수정란풀은, ‘수정난풀’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나는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수정란풀’을 선택했다. 그러나 식물명은 고유명사이므로 내가 꼭 옳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북한에서는 이 식물을 ‘수정란’이라고 부른다.
  이 식물은 가련미가 있다. 첫째로 그 몸이 순백색(純白色)이어서 연약해 보인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어서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다. 즉, 수정란풀에는 엽록소가 없다.
  수정란풀은 어두컴컴한 숲속 그늘에 산다. 그 모습이 어떤 큰 잘못을 저지르고 숨어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꽃은 핀다. 밑을 향해 달리는 꽃은, 그 꽃잎이 쐐기 같은 긴 타원형이다. 끝이 둥글고, 안쪽에는 털이 있다. 줄기에 비늘처럼 보이는 퇴화된 잎이 어긋맞게 나기 때문에 특이한 느낌이 들게 한다.
  수정란풀과 비슷한 풀이 있는데, 그 풀은 구상란풀이다. 두 식물 모두가 ‘노루발과’에 속한다. 역시 사물기생(死物寄生)을 하는 식물이다. 구상란풀은 구상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산다. 줄기는 더부룩하게 무더기로 돋아나며 살이 많은데, 연한 황갈색을 나타낸다. 이 식물도 수정란풀처럼 비늘 같은 퇴화 잎이 붙어 있다. 그 꽃도 황백색을 띠고 있어서 안쓰러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꽃잎은 4개, 수술은 8개이다. 꽃밥은 아픔을 지닌 적갈색을 내보인다. 구상나무의 숲이 사라지면 이 풀도 터전을 잃게 된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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