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달뿌리풀
김 재 황
아무리 두드려도 기척이 전혀 없더니
한밤에 살짝 나와 둥근 얼굴 비비는 달
그 시름 씻은 소매를 물길 위에 띄운다.
무서운 총소리에 놀라서 먹빛이더니
이제야 숨돌리고 벗의 이름 불러 보면
모래땅 그 옆자리에 달그림자 눕는다.
얼마나 기다려야 닫힌 문짝이 열릴까,
소 떼는 넘어가도 달맞이는 못 가는 곳
초가을 활짝 핀 꿈을 먼 하늘로 던진다.
(2002년)
(시작 노트)
임진강 수계는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시작되어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을 중심으로 차탄천과 한탄강에 합류된 후에, 경기도 내의 민통선 지역을 흐르고 있는 사미천과 사천 및 일부 소지천들이 다시 모여들어서 경기도 파주군과 김포군 사이를 통하여 서해로 흘러들게 된다.
나는 달뿌리풀의 우거진 모습을 임진강 건너에서 보았다. 임진강의 한 지류인 사미천(沙尾川) 가에는 이 달뿌리풀이 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구릿대도 더러 보였다. 사미천은 북한의 장단군(長湍郡)에서부터 남쪽으로 흘러내린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근경이 땅 위로 뻗으며 줄기 마디에 긴 털이 있는 게 다른 점이다. 달뿌리풀은 줄기가 길게 땅 위로 벋어가고 마디에서 줄기가 다시 곧게 서는 모습이 힘차다. 그리고 줄기를 완전히 감싸며 자줏빛을 띠는 긴 엽초(葉鞘)가 서정적이다.
꽃은 여름이 다 가고 나서 피운다. 자갈색 잔 이삭이 조밀하게 모이는 원추화서(圓錐花序)의 꽃은, 더욱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꽃을 자세히 보면, 잔꽃은 수꽃이고 기부에 털이 있으며 포영(苞穎)에는 세 개의 맥이 보인다. 수술은 3개인데, 암술대는 깃털 모양을 하고 있다.
사미천 근방에서는 너구리․수달․고라니․멧박쥐․두더지․멧토끼․다람쥐․족제비․등줄쥐․비단털쥐 등이 발견되고, 사미천에는 쏘가리와 배가사리가 많으며 자라도 이따금 나타난다고 한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