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메밀밭을 베고 자면
김 재 황
밤마다 잠 못 들고 애쓰던 마음이더니
바스락 또 바스락 걸음을 옮기는 소리
내 숨결 환한 꽃길이 메밀밭에 닿는다.
별처럼 반짝이던 불면증을 털어 낸 후
신발을 벗고 나서 철버덕 또 철버덕
메밀꽃 하얀 물길을 어린 꿈이 건넌다.
(2002년)
(시작 노트)
메밀은 마디풀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연하고 밋밋하며 붉은빛을 띤다. 잎은 어긋맞게 나고 세모 모양의 심장형이며, 잎자루의 밑부분을 칼집처럼 감싼다. 초가을에 총상(總狀) 꽃차례로 희거나 붉은 꽃을 피운다. 열매는 검고 세모졌으며 그 끝이 뾰족하다. 그 안에 전분(澱紛)이 많다.
이 종자의 전분으로 만든 ‘메밀국수’를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강원도 막국수’는 특히 유명하다. 껍질이나 경엽(莖葉)은 고혈압에 좋다고 하여 예로부터 ‘베개’에 넣어서 사용했다. 또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메밀이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노폐물을 흩어 낸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 이 메밀이 들어온 것은 고려 이전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고려 고종 때의 서책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메밀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밀꽃은 일명 ‘교화’(喬花)라고 부르며,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泡沫)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메밀꽃 일다.’라고 하면,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파도가 일다.’라는 뜻이 된다.
옛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선비가 달밤에 꽃 핀 메밀밭 앞에 다다랐다. 그는 달빛에 메밀꽃이 마치 출렁거리는 물결처럼 느껴져서 바지를 벗어 머리에 이고 메밀밭을 휘적휘적 건너갔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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