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여창 가곡을 들으며
김 재 황
강물과 벗이 되어 한바탕을 이루는 소리
오늘은 국립국악원 우면당에 와서 듣네
옛 시절 감아 둔 사연 풀어내는 그 소리.
거문고와 가야금에 양금 등은 어디 있나,
오래도록 숨결 맞춘 악사들을 거느리고
나를 듯 한복 차림에 앉은소리 날리는 임.
짐짓 길을 돌아가는 그 가락 따르다 못해
홀로 내달린 어둠길 잠시 잠깐 꾸벅이면
빈 가슴 시린 물소리가 내 어깨를 톡톡 치네.
(2002년)
(시작 노트)
1999년 11월 9일 오후 7시, 나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여창 가곡’을 듣는 행운을 얻었다. 그날 그곳에서 ‘김영기 여창 가곡 발표회’가 열렸다. 그 당시 김영기 여류가객은 KBS 국악관현악단 부수석으로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있어서 ‘정가’(正歌)란, ‘속가’(俗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정악’(正樂)에 속하는 성악곡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정가는 ‘바른 노래’라는 뜻인데, 주로 사대부와 선비의 계층에서 인격 수양을 위해 불렀다.
그런데 정가에는 ‘가곡’(歌曲), ‘가사’(歌詞), ‘시조’(時調)의 3종류 정악곡이 있다. 이 중 ‘가곡’은 소규모의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시조시(時調詩)를 얹어 노래하는 성악곡이다. 이는, 정가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노래로, 예술성은 물론이려니와, 음악적 구성이 완벽하다. 일명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 한다.
정가를 부를 때는 ‘정가의 법도’를 지켜야 한다. 이는, 5음의 소리만 사용하고, 그윽하고 청초한 흥취를 간직하며,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을 금한다.
물론, 시조창(時調唱)과 가곡은 같은 시조시를 노래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음악적인 형식․장단․음계․연주 형태 등에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를테면, 시조창을 ‘대중음악’이라고 할 때, 가곡은 ‘전문가의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가곡은 남자가 부르는 ‘남창’(男唱)과 여자가 부르는 ‘여창’(女唱)으로 구분되고, 그 특징이 아주 명확하다. 여창 가곡은 우조(羽調) 5곡과 계면조(界面調) 8곡, 그리고 반우반계(半羽半界) 2곡 등으로 모두 15곡이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