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추사 고택
김 재 황
간밤에 함박눈이 살금살금 내리더니
반듯한 마당에는 하얀 이불 덮이었다
임의 꿈 짐짓 일어나 하품하는 이른 아침.
세월을 따라가다 잠깐 쉬는 겨울바람
높직한 솟을대문 기왓장을 깔고 앉아
먼 하늘 뒹굴며 오는 임의 붓끝 바라본다.
반가운 손님 맞아 버선발로 달려 나온
그 마음 아른아른 격자창에 내비칠 듯
남향한 임의 사랑채에 옛 숨소리 가빠 온다.
(2002년)
(시작 노트)
‘추사고택’(秋史故宅)은,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다. 높지 않은 야산에 자리잡은 이 고택은, 전형적인 명문대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추사고택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집이다.
추사의 증조부인 김한신은 영조 대왕의 딸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임금의 사위가 되었다. 그는 그에 따른 별양전으로 용궁리 일대의 토지를 하사받았다. 그때 지은 월성위(月城尉) 김한신의 집이 현재의 추사고택이다.
추사가 태어날 당시에 그의 부모는 이 고택에 살지 않고 서울의 장동에서 살았다. 그런데 서울에 천연두가 유행하여 그의 모친이 예산으로 내려와서 추사를 낳았다고 전한다.
추사고택은 그 당시의 충청도 53개 고을에서 한 칸씩 책임을 맡아서 53칸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집안의 구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가 있고, 그 뒤로 돌아가면 안채가 나온다. 안채가 네모진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ㅁ자(字)형이다. 대청과 안방, 건넌방, 부엌, 문간, 헛간, 청지기방 등이 연이어 있다.
사랑채는 ㄱ자(字)형으로 안채와는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 두 칸의 온돌방이 있고, 나머지는 대청과 마루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집안의 대소사를 비롯한 손님 접대 등의 사회활동이 이루어졌다. 바로 뒷산의 자락에 추사 선생의 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