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링, 녹색 세상] 편
임진강에서
김 재 황
물바람은 울먹이며 강가에서 서성대고
머리 푼 갈대꽃이 혼이 나가 흔들려도
포성에 멍든 역사는 침묵 속에 떠간다.
서러운 빗줄기를 흩뿌려서 젓던 강물
말 잃은 얼굴들은 심연으로 잠기는데
세월은 회류의 꿈을 폭포처럼 쏟는다.
휘돌아 내린 굽이 가늘게 목이 죄어
흐르는 물길로는 풀지 못할 한이기에
나루터 빈 배 한 척만 가슴속이 썩는다.
(2002년)
(시작 노트)
고향 마을 바로 지척에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임진강은 북한지역인 강원도 법동군 용포리 두류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철원과 금화지역을 거친 다음, 남쪽으로 내달려서 경기도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한탄강과 만나서 정답게 손을 잡고 강화만을 지난 후에 바다로 돌아간다. 임진강의 총길이는 자그마치 254.6㎞에 이른다. 현재, 문산에서 파주군 적성면 주월리 일대의 임진강 본류 유역은 군사작전 지역으로, 임진강을 따라서 민통선의 철책이 둘리어 있다.
고향을 찾았을 때, 내가 즐겨서 찾는 2곳이 있다. ‘화석정’과 ‘반구정’이다. 화석정(花石亭)은 파평면 율곡리에 세워져 있는데, 율곡 선생의 5대조인 강평공(康平公) 이명신(李明晨)이 1443년(세종25년)에 세운 뒤, 증조인 이의석(李宜碩) 대에 증축하여 대물림된 정자이다. 어린 율곡은 나이 8살 때에 이곳에서 시를 지었다. 그 뒤에 선조 임금이 파천할 때, 화석정에 불을 놓아 임진강을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반구정(伴鷗亭)은, 청백리 황희(黃喜) 정승이 말년에 갈매기를 벗 삼아서 지내던, 사방 한 칸의 사각형 정자이다. 그 옆으로 조금 더 오르면 8각 정자인 ‘앙지대’(仰止臺)가 있다. 또한, 이곳에는 황희 정승의 영정을 모신 ‘방촌영당’(尨村影堂)과 제사를 모시는 ‘영모재’(永慕齋)가 있다. 6.25 전쟁 당시에 불이 나서 탔으나, 그 뒤에 후손들이 복구하였으며, 1967년 6월에 고전형으로 다시 개축되었다. 일명 ‘낙하정’(洛河亭)이라고도 한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