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새벽달 외기러기/ 작가 미상
[원본]
새벽달 외기러기 洞庭瀟湘 어듸두고
旅舘 寒燈에 잠든 날 깨오는다
千里에 님 離別하고 잠못드러 하노라.
[역본]
새벽달에 외기러기, 호수와 강 어디 두고
역관방 찬 등불에 잠든 나를 깨우는가
먼 곳에 임과 헤어져서 잠 못 들고 있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동정소상’에서 ‘동정’은 ‘동정호’를 가리킨다. 바로 중국 호남성 동북쪽에 있는 호수이다. 그리고 ‘소상’은 ‘소수와 상강을 아울러 이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호수와 강’이라고 했다. 달이 뜬 새벽에 호수와 강을 어디 두고 외기러기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외기러기는 심상치가 않다. 바로 작가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중장으로 간다. 그러면 그렇지. 그 외기러기가 여관방 찬 등불 밑애서 잠든 작가를 깨운다. 외로운 몸이니 등불마저 차다고 한 것 같다. 외로운 기러기가 외로운 작가를 깨운다는 점이 묘하다. 그것도 여관방이다. 이제는 종장을 본다. 초장과 중장에서 외기러기와 찬 등불이 외로움을 강조해 왔는데, 마침내 종장에서는 그 진가가 발휘된다. 먼 곳에 임을 남겨 두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여관방에서 뒤척거리다가 모처럼 잠이 들었을 터인데, 그 잠을 외기러기가 깨우고 말았다. 그러니 잠이 쉽게 올 리가 없다. ‘잠 못 들고 있다네.’가 감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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