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夕陽 다 간 날에/ 작가 미상
[원본]
夕陽 다 간 날에 江天이 한빛친제
낙시대 두러 메고 釣臺로 나가려 가니
蓼花에 떼지은 白鷗난 오락가락 하더라.
[역본]
지는 해 저문 날에 강 하늘 한빛일 때
낚싯대 둘러매고 낚시터로 내려가니
여뀌꽃 많은 흰갈매긴 오락가락 놀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해는 반드시 지게 되어 있다. 그 해가 다 가서 지려고 할 때를 나타내고 있다. ‘江天이 한빛친제’는 ‘강과 하늘이 한 가지 빛일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모양을 상상해 보면 참으로 신비로울 것 같다. 초장이 때라면 중장은 무엇일까? 그렇다. 중장은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낚시대를 둘러매고 낚시터로 향하고 있다. 무엇을 하려? 그야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야 반찬도 만들 수 있고 술안주도 할 수 있잖은가.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낚싯대를 둘러맸으니 낚시터로 갈 게 뻔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지 않다. 낚싯대를 둘러맸다고 꼭 낚시터로 가야만 하는 게 아니다. 낚시터에서 고기를 잡고 돌아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를 보아서 저녁 낚시를 즐기는 품성을 알겠다. 종장을 본다. 하늘을 보고 나를 보고, 그 다음에 종장에서는 꽃과 갈매기를 본다. 그게 자못 여유를 나타낸다. 멋을 느낀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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