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가마귀 급피 날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17. 06:01

308. 가마귀 급피 날고/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급피 날고 톳끼 좃차 빨니 가니

閑居한 이내몸이 너 따로려 단이다가

鬢邊에 몯 보던 쎠리난 몯 금할까 하노라.

 

 

 

[역본]

 

까마귀 놀라 날고 토끼 쫓아 빨리 가니

느긋이 살 나의 몸이 매를 따라 다니다가

귀밑털 없던 서리를 못막을까 걱정이네.

 

 

 

[감상]

 

  초장을 본다. 매를 날려서 사냥하는 광경이라고 여긴다. 매를 날리니 까마귀느 놀라서 날아가고, 작가는 토끼를 쫓이서 뛰어가고 있다. 아마도 그날의 사냥감은 토끼인 모양이다. 매를 길들여서 사냥하는 방법은 오래 되었는데,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매는 아무 거나 막 닥치는 대로 잡는 게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나서야 행동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눈이 좋아야 한다. 흥미가 진진하다. 중장을 본다. 그런데 후회를 한다. ‘閑居세상의 모든 일을 잊고 느긋하게 살고 있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듯 살고 있는 자신이 사냥을 한답시고 매를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꼴이 우습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미 욕심을 버리고 시골에 깊이 묻힌 몸인데, 그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종장을 본다. ‘빈변귀밑털을 이르는 말이다. ‘못 금할까못 막을까로 푼다. 귀밑의 까맣던 털이 서리가 온 것처럼 하얗게 되는 일을 못 막지나 않을까 하는 탄식을 하게 된다. 하고자 함을 버려야 가볍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