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가마귀 너를보니/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너를보니 그려도 애다래라
네 무슨 藥을 먹고 마리조차 검엇는다
아마도 백발 검길 藥은 못 어들까 하노라.
[역본]
까마귀야 너를 보니 그러해도 애닯구나
그 무엇을 네가 먹고 머리까지 검어졌냐
흰 머리 검게 될 약은 못 얻을까 한단다.
[감상]
이는, 젊음에 대한 희구(希求)가 담긴 작품이다. 초장을 본다. 까마귀르 보니 그 털이 모두 까맣다. 그래서 젊음을 지녔다고 느끼지만, 그 반면에 나는 애닯은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말하자면, 너는 젊은데 나는 왜 늙었냐 라는 투정이 들리는 것 같아서이다. 중장을 본다. 그 투정이 구체화가 되어 있다. 무슨 약을 먹었기에 머리까지 검게 되었는가 하고 묻는다. 여기에서 작가의 성급함을 본다. 꼭 약을 먹어야 머리가 검게 되는 건 아니다. 예컨대 좋은 물로 머리를 감아도 머리가 희게 될 수도 있겠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살아도 머리거 검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구태여 여기에서 약을 거론할 필요가 있었을까. 종장을 본다. 그 성급함이 종장의 긴장감을 떨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차라리 중장에서 ‘약’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던들 종장에서 ‘약’이란 단어가 더 빛을 냈을 성싶다. 그래서 짐짓 중장의 앞 구(句)를 ‘그 무엇을 네가 먹고’로 조금 손을 보았다. 약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나?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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