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꽃갓치 고은 任을/ 작가 미상
[원본]
꽃갓치 고은 任을 열매갓치 매져 두고
柯枝柯枝 버든 情을 魂魄인들 이즐소냐
행여나 모진 狂風에 落葉될가 (하노라.)
[역본]
꽃같이 고운 임을 열매처럼 맺어 놓고
뭇 가지로 뻗은 정을 넋이라도 잊겠느냐
행여나 미친 바람에 떨어질까 염려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임이야 내 마음에 꽃과 같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임과의 정을 열매처럼 맺어 놓았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사랑은 그 결실을 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작가는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으로 박수를 친다. 중장으로 간다. ‘가지가지’가 결코 범상치 않다. 나는 이를 이중성으로 본다. 그 하나는 ‘가지가지’의 뜻으로 본다. 즉, ‘갖가지’이다. 여러 가지로 뻗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가지와 가지’의 뜻으로 ‘가지마다’를 생각해 보았다. 그 중에서 나는 ‘여러 가지’를 골라서 ‘뭇 가지’로 풀어 놓았다. 그렇게 여러 형태로 뻗어 있는 정을, 죽어서 넋이 되더라도 잊을 수는 없다는 강조 용법으로 사용했다. 종장으로 간다. 그러나 정이 열매처럼 맺혀 있는 상태이니 혹시나 미친 바람이 불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미친 바람이 자주 부니 걱정이 된다. 그럴수록 더욱 깊은 믿음이 꼭 필요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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