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꽃아 고온체 하고/ 작가 미상
[원본]
꽃아 고온체 하고 오난 나뷔 피치 말라
嚴冬雪寒이면 븬 柯枝 뿐이로다
우리도 貪花蜂蝶이니 놀고 간들 엇더리.
[역본]
꽃이여 곱다 하고 오는 나비 싫다 마라
겨울애 눈 내리면 빈 가지만 지니겠지
우리도 꽃 찾는 무리니 놀고 가면 어떠냐.
[감상]
초장을 본다. ‘고온체 하고’는 ‘값비싼 체하고’라고 본다. 튕긴다고 해야 할까? 좋다고 찾아오는 나비를 싫은 척 멀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정말로 꽃이 찾아오는 나비를 쫓기야 하겠는가마는 짐짓 그렇게 말한다. 중장으로 간다. ‘엄동설한’은 ‘눈 내리는 한겨울의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 꽃나무들은, 한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을 내보이고 있다. 그게 ‘빈 가지’이다. 아무리 꽃나무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꽃을 언제나 피우고 있는 건 아니다. 제 철을 만나야 그때 얼마 동안 꽃을 피우고는 시들어버린다. 이 세상에 무엇이든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때를 놓치면 모두가 허사가 된다. 빈 가지만 앙상하게 지닌 꽃나무를 찾을 나비는 없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탐화봉접’은 ‘꽃을 탐내는 벌과 나비’를 일컫는다. 이 작가는 좀 엉뚱한 면이 있다. 초장에서 나비 이야기를 꺼내 놓고, 왜 종장에서 벌 이야기를 끼워 놓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여하튼 꽃을 좋아하는 무리이니 놀다 가고 싶음을 밝힌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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