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꽃아 고온체 하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18. 07:57

312. 꽃아 고온체 하고/ 작가 미상

 

[원본]

 

꽃아 고온체 하고 오난 나뷔 피치 말라

嚴冬雪寒이면 븬 柯枝 뿐이로다

우리도 貪花蜂蝶이니 놀고 간들 엇더리.

 

 

 

[역본]

 

꽃이여 곱다 하고 오는 나비 싫다 마라

겨울애 눈 내리면 빈 가지만 지니겠지

우리도 꽃 찾는 무리니 놀고 가면 어떠냐.

 

 

 

[감상]

 

  초장을 본다. ‘고온체 하고값비싼 체하고라고 본다. 튕긴다고 해야 할까? 좋다고 찾아오는 나비를 싫은 척 멀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정말로 꽃이 찾아오는 나비를 쫓기야 하겠는가마는 짐짓 그렇게 말한다. 중장으로 간다. ‘엄동설한눈 내리는 한겨울의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 꽃나무들은, 한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을 내보이고 있다. 그게 빈 가지이다. 아무리 꽃나무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꽃을 언제나 피우고 있는 건 아니다. 제 철을 만나야 그때 얼마 동안 꽃을 피우고는 시들어버린다. 이 세상에 무엇이든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때를 놓치면 모두가 허사가 된다. 빈 가지만 앙상하게 지닌 꽃나무를 찾을 나비는 없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탐화봉접꽃을 탐내는 벌과 나비를 일컫는다. 이 작가는 좀 엉뚱한 면이 있다. 초장에서 나비 이야기를 꺼내 놓고, 왜 종장에서 벌 이야기를 끼워 놓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여하튼 꽃을 좋아하는 무리이니 놀다 가고 싶음을 밝힌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