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굼벙이 매암이 되야/ 작가 미상
[원본]
굼벙이 매암이 되야 나래도처 나라올나
노프나 노픈 남게 소래난 됴커니와
그 우희 거믜줄이시니 그를 조심하여라.
[역본]
굼벵이가 매미 되어 날개 돋아 날아올라
높고 높은 나무에서 내는 소리 좋지마는
그 위에 거미줄 있으니 그 조심을 꼭 해라.
[감상]
초장을 본다. 굼벵이가 매미가 되는 일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긴 세월을 굼벵이는 땅 속에서 지낸 다음에 날개를 얻고 매미가 된다. 땅 속의 어두운 곳에서 저 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 이는 극과 극이다. 게다가 몇 년 동안의 긴 세월을 어둠 속에서 견디고 매미가 되지만 매미는 고작 20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어둠의 긴 세월에 비하여 밝은 영광의 기간이 너무 잛다. 중장으로 간다. 높은 나무 위에 앉아서 매미는 노래를 한다. 그렇다. ‘사랑의 노래’이다. 바로 세레나데(serenade)! 밤에 사랑하는 여인의 집 그 창문 앞에서 부르거나 연주하던 노래이다. 누가 ‘매미 울음’이라고 하는가. 노래 소리니 아무리 시끄럽다고 하더라도 좋게 들어야 한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그리 어렵게 땅 속에서 지내고 날개를 얻고 나서 매미가 되어 되었는데 주어진 짧은 목숨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거미줄에 걸려서 죽는 매미가 많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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