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그려 사지 말고/ 작가 미상
[원본]
그려 사지 말고 찰하리 시여져서
月明空山에 杜鵑새 넉시되여
밤中만 살아져우러 님의 귀에 들니리라.
[역본]
그리며 살지 말고 차라리 죽고 나서
밝은 달 뜨는 산에 두견이 그 넋 되어
한밤에 사라져 울면 임의 귀에 들리리.
[감상]
초장을 본다. ‘시여져서’는 ‘사라져서’라는 뜻인데, ‘물 새듯이 없어지다.’라는 의미가 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죽고 나서’라는 말이다. 어쨌든 죽고 나야 넋이 남을 게 아닌가? 다음 생을 기대하겠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 있다. 얼마나 그리움이 컸으면 그러한 생각까지 하였겠는가. 참으로 그리움은 사람을 못 살게 만드는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월명공산’은 글자 그대로 풀어서 ‘달 밝은 빈 산’이다. 만물이 모두 잠들었으니 산은 비어 있다. 바로 한밤중이다. 그때 비로소 두견이가 되겠다는 말이다. 초장은 소극적인 반면에 중장은 적극적이다. 살아서는 어쩌지 못하는 처지지만, 죽어서는 두견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랍다. 두견은 어떤 새인가. 중국 전국시대 촉주(蜀主)인 망제(望帝)가 죽어서 그 혼이 두견이로 되었다지 않는가. 그래서 슬픔을 지닌 새로 남아 있다. 종장으로 간다. 한밤엔 만물이 자고 있으니 참 조용하다. 그때 두견이가 되어 울면 임도 그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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