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남한산성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시조시인 2024. 6. 10. 05:11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남한산성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여기를 얼마 만에 다시 찾게 되었는가,

까마득한 그 기억은 나무 뒤에 숨었지만

눈뜨고 산길 오르는 내 발걸음 더디다.

 

성벽은 둥그렇게 옛 얘기를 가뒀으나

동서남북 네 성문은 이끼 푸른 입을 열고

온 일이 지난 일보다 중하다고 말한다.

 

바람이 갑옷 입고 귀를 여는 수어장대

머뭇머뭇 깃발 앞을 먼 북소리 지나는데

저 아래 도시 한복판 내 그림자 눕는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