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주를 꽃으로 빚은 천일홍
김 재 황
동심을 뽑아 올려 기쁨에 엮은 꿈송이
바람이 안 불어도 재롱은 사랑스러워
가슴에 껴안고 싶다, 주머니에 넣고 싶다.
-졸시 ‘천일홍’
천일홍(千日紅)은 일명 ‘천일초’(千日草)라고도 부른다. 공도 같고 방울도 같고 구슬도 같고, 어쩌면 ‘여의주’(如意珠) 같게도 생각되는 꽃. 꽃이 시들어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건조화(乾燥花)로 이용된다. 그 원산지는 미국이다.
비름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잎은 마주 나고 길둥근 모양이며 끝이 약간 뾰족하다. 꽃은 주로 7월부터 10월까지 핀다. 씨가 면모(綿毛)에 싸여 있는 게 특징이다.
옛날, 한 아이가 서당으로 가기 위하여 산 고개를 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인지 예쁜 여자 하나가 나타나서 그 아이를 껴안고는 입을 맞추며 구슬 하나를 아이의 입 속에 넣었다가 빼었다가 했다. 그 다음날도 그 아이가 산 고개를 넘고 있자니까, 어제의 바로 그 자리에서 또 그 여자가 나타나더니 그 아이를 껴안고는 어제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였다.
하루, 이틀, 사흘, 그런 일이 계속되자, 아이는 저도 모르게 병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히 여긴 훈장이 그 까닭을 물었다. 아이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자초지종을 낱낱이 훈장께 고하였다. 훈장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아이에게 일렀다.
“그 여자가 또 구슬을 네 입 안에 넣거든 얼른 꿀꺽 삼켜라.”
아이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또 고개를 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 여자가 나타나서 저번처럼 아이를 껴안더니 입맞춤을 하며 구슬을 아이의 입 속에 넣었다가 빼려고 했다. 아이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삼키려고 하자, 깜짝 놀란 그 여자가 구슬을 빼앗으려고 했다. 아이는 도망을 치려다가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졌고, 그 틈에 그만 구슬은 아이의 목구멍을 넘어갔다. 그 순간, 여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죽었는데, 천년 묵은 여우였다.
물론, 아이가 삼킨 구슬은 ‘여의주’였고, 그 아이는 구슬을 삼키고서 처음으로 땅을 보았기 때문에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훤히 알게 됨으로써 그 후로 유명한 지사(地師)가 되었다. 어찌 보면, 천일홍 꽃이 그 구슬을 닮은 듯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