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화초6

시조시인 2005. 10. 15. 08:44

 

 

                                            얼굴을 곱게 단장한 분꽃


                                                      김 재 황


                                     아침이면 수줍음에 고개 숙인 빨간 얼굴

                                     저녁이면 외로움에 고개 드는 노란 얼굴

                                     밤마다 시린 달빛에 꿈도 여윈 하얀 얼굴.

                                                                             -졸시 ‘분꽃’


 분꽃은 일명 ‘분화’(粉花)라고도 부른다. 깔때기처럼 생긴 꽃이 해가 질 무렵에 피어서 아침이면 시무룩해지는 분꽃. 씨 속에 흰 가루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었다. 꽃말은 ‘겁쟁이’ 또는 ‘수줍음’이고, 남미가 원산지이다.

 분꽃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줄기에 잔가지가 많이 나와서 우거지고 마디가 뚜렷하다. 잎은, 그 끝이 뾰족한 달걀꼴이다, 꽃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해서 핀다.

 옛날, 폴란드에 넓은 영토를 지닌 한 성주가 있었다. 그는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권력이 막강했으나, 다만 대를 이를 자식이 없는 게 한이었다. 그는 아주 즐거운 자리에서도 그 일만 생각하면 금방 우울해지곤 했다. 그래서 그는 늘 마음을 겸손히 낮추고 좋은 자식을 주실 것을 하늘에 기원했다. 마침내 하늘에서 그 기도를 들어 주시어 늘그막에 귀여운 딸 하나를 얻었다.

 바라던 아들이 아니어서 서운했지만, 그는 애지중지 그 딸을 길렀다. 그러나 백성들에게는 아들이라고 속이고, 이름도 ‘미나비리스’라고 남자 이름으로 지었으며, 남자처럼 무술을 익히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을 물려받을 아들이 없다고 하여, 백성들에게 깔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나비리스’는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자기 부하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 일이었다. 물론, 그 부하는, ‘미나비리스’가 여지인 줄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미나비리스’는 성주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고는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성주는 도움은커녕 볼멘소리로 딸을 향해 소리쳤다.

 “너도 어쩔 수 없는 계집애에 지나지 않았구나.”

 아버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나비리스’는 자기 자신이 싫어졌다. 그녀는 들고 있던 자기 칼을 땅에 꽂으면서 크게 울부짖듯 말했다.

 “남자 행세를 그만두겠어요. 이제는 여자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기를 낳아 기르겠어요.”

 ‘미나비리스’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멀리 떠나 버렸다. 그 후, 그녀가 꽃아 놓고 간 칼이 한 포기의 풀로 변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그 꽃이 바로 분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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