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화초5

시조시인 2005. 10. 14. 07:56

 

 

                                       죽은 친구를 기다리는 백일홍


                                                   김 재 황


                                 누구를 기다림이 저리 오래 타는 걸까

                                 일백일 정성으로 마당가에 섰는 여인

                                 건 듯 분 실바람에도 발소린 듯 놀라네.

                                                                   -졸시 ‘백일홍’

                    


 백일홍(百日紅)은 우리나라 기호(畿湖) 등지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서도(西道)에서는 ‘백일화’(百日花)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백일초’(百日草)라고 한다. 기다림이 지극한 백일홍. 꽃말은 ‘죽은 친구를 생각함’이고 원산지는 멕시코이다.

 국화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잎은 마주 나며 잎자루가 없고 길둥글게 달걀처럼 아름답다. 줄기 끝이나 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온 다음, 더위가 오는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는 가을까지 ‘빨강’ ‘노랑’ ‘보라’ ‘옅은 노랑’이나 ‘하양’ 빛깔의 꽃을 피운다. 꽃이 오랫동안 피지만, 향기는 부족하다. 원산지에는 약 15종의 백일홍이 살고 있다.

 옛날, 착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한 어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앞바다에는, 용이 되려던 큰 이무기가 살고 있었고, 그 이무기의 해코지를 면하기 위해 마을에서는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번에는 김 첨지네 차례가 되어, 하나밖에 없는 딸을 제물로 바치게 되었다. 그들 내외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딸의 머리에 족두리를 얹고 활옷을 입혀서 바닷가 제상 위에 앉혀 놓았다. 그리고 밤중이 되었다. 어디선가 비린내가 확 풍기더니 커다란 이무기가 나타나서 김 첨지네 딸을 한 입에 삼키려고 했다. 그 때였다. 씩씩한 젊은이가 이무기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는 용감하게 싸워서 마침내 이무기 머리를 칼로 베어 버렸다.

 동네 사람들은 기뻐서 춤을 추었고, 김 첨지는 자기 딸을 그 젊은이와 혼인을 시키려고 했다. 그 젊은이는 혼인에 앞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다녀와야 하겠다고 말했다.

 “백일 동안만 기다려 주십시오. 꼭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떠난 젊은이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도록 돌아올 줄을 몰랐다. 오매불망 기다리기만 하던 처녀는, 약속한 백일이 지니자, 실망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 후, 며칠 늦어서 젊은이는 돌아왔다. 하지만 처녀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가 처녀의 무덤을 찾았을 때는, 다만 족두리에 활옷을 입은 모습으로 한 송이 꽃이  피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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