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나타내는 맨드라미
김 재 황
붉은 피 묻은 울음에 먼동이 열리던 자리
양지쪽 장독대 밑 댑싸리 울타리 너머
그날의 수탉 한 마리 볏이 붉게 타고 있네.
-졸시 ‘맨드라미’
맨드라미는 일명 ‘닭벼슬꽃’이라고 하는데, 꽃차례가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침을 부르는 수탉의 멋진 볏을 꽃으로 삼은 맨드라미. 꽃말은 ‘건강’과 ‘방패’이고,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비름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5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9월까지 계속 꽃대에 꽃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 이 꽃이 들어온 시기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고려 때에 시인 이규보가 자기 집의 동산에 피어 있는 맨드라미를 사랑해서 시를 짓곤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에, 대략 8백 년은 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옛날, 로마에 ‘베르로’ 장군이 있었다. 그는 한 번에 1천 명의 병사와 겨룰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용사였다. 게다가 그는 마음이 강직해서 항상 바른 말만 하였으므로, 간신들은 왕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를 싸움터에만 나가 있게 하였다.
‘베르로’ 장군은 10년 만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간사한 무리들의 하는 꼴을 보다 못하여 다시 싸움터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왕에게 청했다. 그러자 간신들은 그가 반역할 뜻이 있어서 떠나려고 한다고 거짓으로 고했다. 왕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는, ‘베르로’ 장군에게 싸움터로 나가기 전에 결투를 하도록 명령했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십 명의 무사들이 ‘베르로’ 장군을 둘러쌌다. 이 무사들은 모두가 뛰어난 칼솜씨를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그 장소가 너무나 비좁았다. ‘베르로’ 장군은 용감히 싸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 중 마지막 무사의 칼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던 간신의 우두머리는, 왕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베르로 장군은 허명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중용한 왕을 이제 폐하기로 했습니다.”
간신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왕을 궁궐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그 순간, 쓰러져 있던 ‘베르로’ 장군이 칼을 집어 들고 일어서서 간신들을 모두 죽이고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왕은 그의 충성을 깊이 깨닫고 성대히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베르로’ 장군의 무덤에서 방패처럼 생긴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맨드라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