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라를 헤매는 과꽃
김 재 황
한껏 부리는 애교가 철철 넘쳐 흘러가고
사랑 가득한 눈빛이 노란 꽃술로 열리면
아, 나는 그대 앞에서 오직 꿈밭을 헤맨다.
-졸시 ‘과꽃’
과꽃은 ‘고의’(苦意) ‘당국화’(唐菊花) ‘추금’(秋錦) ‘추모란’(秋牡丹) ‘취국’(翠菊) 등으로 부른다. 고향의 앞뜰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과꽃. 꽃말은 ‘뒷근심’ 또는 ‘추상’이고, 유럽 및 중국이 원산지이다.
엉거시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꽃의 빛깔은 ‘흰빛’ ‘분홍빛’ ‘자줏빛’ ‘붉은빛’ 등이다. 꽃의 형태는 겹꽃과 홑꽃 및 폼폰(pompon) 형 등이 있다. 또 기가 작게 되거나 작게 된 것이 있는가 하면, 가지를 많이 치거나 똑바로 서는 줄기를 지니는 것도 있다.
옛날 옛적, 깊고 깊은 산골에 ‘추금’이라는 과부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그녀의 집 앞에는 넓은 뜰이 있었는데, 그 뜰에는 남편이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과꽃이 여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금은 그 과꽃을 남편을 보는 듯 가꾸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에 중매쟁이가 그녀를 찾아와서 재가하기를 권했다. 그녀는 처음에 완강히 거절했지만, 어찌나 중매쟁이의 설득이 집요하게 계속되던지,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뜻밖에도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다. 그녀는 기쁨에 넘쳐서 남편에게 달려가서 그 품에 안겼다. 이들 부부는 어린 아들과 함께 그 날부터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가는 남편을 따라갔다가, 그녀는 벼랑 위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을 발견하고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 꽃 한 송이를 꺾어서 머리에 꽂고 싶구나.”
옆에 있던 남편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내가 꺾어다가 꽂아 주겠소.”
남편은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절반쯤 오르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져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추금이 남편의 시신을 안고 통곡할 때였다.
“엄마, 엄마”
어린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놀라서 눈을 뜨니, 그 모든 게 꿈이었다. 그녀는 뜰로 나가 보았다. 하얗게 피어 있던 과꽃들이 자줏빛과 붉은빛과 분홍빛으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