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를 생각나게 하는 옥잠화
김 재 황
입 다문 그 모습이 조선조의 여인 같다
앞가슴 깊은 곳에 은장도를 고이 품고
가르마 바르게 가른 옥비녀의 열녀 같다.
--졸시 ‘옥잠화’
옥잠화(玉簪花)는 일명 ‘옥포화’(玉泡花) 또는 ‘백학선’(白鶴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꽃봉오리가 백옥의 비녀처럼 생겼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 꽃말은 ‘추억’ 또는 ‘조용함’이다. 꽃 중에서도 여성적인 꽃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무릇난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심장 모양이고, 여름에 총상 꽃차례로 꽃을 피운다.
옛날, 중국 석주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피리를 잘 불었고, 그게 그에게는 유일한 낙이었다. 그는 불행을 당하여 온 가족을 모두 잃고 쓸쓸히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가 높은 정자에 앉아서 행복했던 옛 시절을 회상하며 피리를 불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달빛이 대낮처럼 밝아지면서 바람결에 향기가 풍기더니 한 선녀가 그 앞에 나타났다. 그가 깜짝 놀라서 부로 있던 피리를 그치자, 선녀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
“피리를 계속 부셔요. 나는 피리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려고 내려온 달나라의 선녀랍니다. 선비님께서 아시고 계신 곡을 모두 들려 주셨으면 합니다.”
선비는 마음을 가다듬고 피리를 다시 불기 시작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흐르는 듯 물결치는 그 피리소리를, 선녀는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선비가 피리 불기를 잠간 멈추었을 때는 벌써 날이 밝았다. 선녀는 아쉬운 듯이 말했다.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듣고 싶지만, 이제는 하늘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녀가 그 흰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하늘로 오르려고 할 때, 선비는 그대로 헤어지는 것이 못내 섭섭하여 선녀에게 청하였다.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땅에 오셔서 제 피리 소리를 들으신 기념으로 무엇이든지 하나만 주고 가셨으면 합니다.”
선녀는 빙긋 웃으며 머리에 꽂고 있던 옥비녀를 뽑아서 선비에게 주고는 달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선비는 너무나 황홀하여 그 옥비녀를 손에 들고 보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가 급히 옥비녀를 주우려고 하였으나, 이미 그 옥비녀는 한 포기의 옥잠화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