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맑은 아침을 여는 나팔꽃

시조시인 2005. 11. 18. 09:10

 

 

                                              맑은 아침을 여는 나팔꽃

                                                         김 재 황


                                      조그만 이슬같이 짧은 목숨이라 해도

                                      하늘로 뻗어 올라 아침을 여는 삶이여

                                      그 사랑 둥근 얼굴이 큰 시쁨을 전한다.

                                                                       -졸시 ‘나팔꽃’


 나팔꽃은 일명 ‘견우화’(牽牛花) ‘구이초’(狗耳草) ‘조안화’(朝顔花) ‘나발꽃’ 등으로 부른다. 꽃에는 향기가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아침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고,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메꽃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어긋매껴 난 잎은, 심장형이어서 사랑스럽다. 새벽 일찍 5시가 되면 피어나는 부지런한 꽃을 지녔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데,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전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본종과 미국종이 우리나라에 많다.

 멀고먼 옛날, 주국 땅에 한 젊은 화공이 살았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는데, 그 소문이 그 고을의 마음씨 나쁜 수령의 귀에도 들어갔다. 탐이 난 그는, 그 부인을 잡아다가 골방에 가두어 버렸다.

 사랑하는 부인을 빼앗긴 화공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라, 길거리를 울며 다니다가 끝내는 미쳐 버리고 말았다. 미친 화공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캄캄한 그의 화실에 몇 날 며칠을 틀어박힌 채로 무슨 그림인가를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을 성 밑으로 가지고 가서 땅속에 묻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후, 골방에 갇혀 있는 부인의 꿈속에 남편이 나타나서 말했다.

 “나의 아내여, 나는 밤마다 당신을 찾아서 이 곳으로 온다오. 하지만 슬프게도 아침에 해가 솟으면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기에 나는 당신을 볼 수가 없구려. 이제 내 목소리도 쉬어 버렸으니,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겠소.”

 그 후로 매일 밤마다 이러한 꿈을 꾸게 된 부인은, 이상하게 여기고 하루는 아침이 되기가 바쁘게 창가로 가서 밖을 살펴보았다. 아, 거기에는 한 덩굴이 창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 줄기에 피어 있는 나팔 모양의 꽃이, 부인을 보자 반가움에 환히 웃는 듯했다. 그 부인은 그 꽃이 남편의 넋인 줄을 금방 알았다.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안 이상,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슬퍼하지 말아요, 이제 곧 나도 당신 곁으로 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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