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소나기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레가 또 한 차례 운 다음에 ‘번쩍’ 하고 번개가 치더니 더욱 세차게 물줄기를 쏟았습니다. 정말이지, 우레가 무섭습니다. 이 ‘우레’는, 순우리말인 ‘울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즉, ‘울다’의 어간인 ‘울’에 어미 ‘에’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랍니다. 고어에서도 썼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종전의 ‘우뢰’(雨雷)라는 한자말은 쓰지 않게 되었다나 봐요. ‘우레’를 다른 말로는 ‘천둥’이라고 합니다. 이는, ‘여름철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올 때에 구름끼리 맞부딪치거나 구름과 땅 위에 있는 사물이 맞부딪치면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입니다. 하늘이 요란하게 울릴 때에 ‘우레가 운다.’라고 하지요.
이윽고, 억수로 쏟아지던 비가 그쳤지요. 그래요, 억수! ‘억수’란, 몹쓸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악수’(惡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지요. 너무 많이 오는 비는 생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억수’라고 하니까, ‘수억 개의 빗줄기가 쏟아진다.’의 ‘억수’(億水)라는 한자말인 줄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처럼 비가 쏟아지고 나서 밝은 햇살이 비치자, 사람의 마음까지 산뜻해졌습니다. 나뭇잎에 남아 있는 빗방울들이 빛을 받아서 보석처럼 반짝거렸습니다. 온 세상이 목욕을 하고 난 듯이 맑고 환합니다.
두 어린이는 바위틈에서 재빠르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때, 먼 하늘을 바라보니, 아주 커다랗게 아름다운 무지개가 섰습니다. 바깥쪽으로부터 빨강, 주홍,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의 일곱 가지 색깔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무지개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아주 많은 물방울들에 햇빛이 꺾이거나 부딪쳐 되돌아옴으로써 태양의 반대방향에 활등 모양으로 길게 나타나는 일곱 가지 빛의 줄을 가리킵니다. 흔히 비가 멎은 뒤에 나타나지요.
그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운지,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넋을 잃고 무지개를 바라보았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때, 나폴레옹은 자신의 몸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습니다.
‘무지개를 갖고 싶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나폴레옹은 부리나케 무지개를 향하여 뛰었습니다. 얼마나 무지개를 갖고 싶었으면, ‘부리나케’ 달렸을까요? ‘부리나케’는, ‘불이 나게’에서 나온 말이지요. 옛날에는 불을 만들기 위해 움푹 파인 돌에 나뭇가지를 세우고 빠르게 돌려서 불꽃을 만들었는가 하면, 부싯돌 두 개를 맞부딪쳐서 불을 일으키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돌리는 경우에는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빠르게 돌려야 겨우 불꽃을 얻을 수 있지요. 그러므로 ‘불이 나게’란, ‘불이 날 정도로’ 급하고 빠르게 몸을 놀린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급하게, 서두르듯 빠르게’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입니다.
“이봐, 어디로 가는 거야?”
친구는 도무지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서 나폴레옹을 뒤따라 뛰었습니다. 참으로 ‘도무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도무지’는, ‘도모지’(塗貌紙)에서 왔답니다. ‘도모지’는, 옛날 조선시대에 사사로이 행해졌던 형벌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물을 묻힌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착착 발라놓으면 종이의 물기가 말라 감에 따라 서서히 숨이 막히게 된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게 되는 형벌입니다. 현재는 그 형벌만큼이나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요.(김재황)
'위인 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6) (0) | 2005.12.19 |
---|---|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5) (0) | 2005.12.19 |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4) (0) | 2005.12.19 |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3) (0) | 2005.12.18 |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1) (0) | 200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