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 전기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3)

시조시인 2005. 12. 18. 19:22
 

나폴레옹은 아름다운 무지개를 바라보며 달려갔습니다. 언덕길을 내려오자, 그 앞을 개울물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신발마저 벗지 않은 채로 첨벙첨벙 건너서 달려갔습니다. 다만 한 곳, 무지개에 눈길을 멈추고 계속해서 뛰었습니다.         

 친구는, 엔간하면 쉴 만도 하다고 여겼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엔간하면’ 쉬곤 하니까요. ‘엔간하다’는 ‘어여간하다’의 준말입니다. 흔히 쓰는 ‘어지간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지요. 이는, ‘어떤 표준에 가깝다든지 정도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알맞다든지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웬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린 나폴레옹의 그 모습은 분명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그를 ‘천둥벌거숭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천둥벌거숭이’는, ‘천둥이 치는데도 무서운 줄 모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빨간 잠자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천둥벌거숭이 잠자리처럼 무서운 줄도 무르고 함부로 날뛰거나 어떤 일에 앞뒤 생각없이 나서는 사람’을 빗대어서 ‘천둥벌거숭이’라고도 합니다.

 나폴레옹은 ‘앞뒤 생각없이’와는 경우가 맞지 않습니다. 그는 ‘무지개를 갖고 싶다’는 확실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산기슭까지 다다르게 되었을 때, 저 먼 산등성이에서 무지개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반드시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달리고 달려서 그 산등성이에 가까이 왔지만, 무지개는 더욱 저쪽 산모롱이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분하다, 반드시 잡고 말 테다!”

 나폴레옹은 부아가 났습니다. ‘부아’는 ‘폐’를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화가 나면 숨이 가빠지고 그렇게 되면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말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화나 분한 마음’을 가리키지요. 그럴수록 더욱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겁니다. 그는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고비만 더 넘기면 된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러나 바위 위로 오른 나폴레옹은, 큰 실망에 잠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지개가 더 먼 벼랑 위에서 ‘날 잡아 봐라!’라는 듯이 활짝 웃고 있었지요. 게다가 그 무지개는 전보다 더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무지개야말로 ‘화중지병’이지요. ‘화중지병’(畵中之餠)을 모르세요? ‘그림의 떡’이란 말입니다. 그림 속의 떡을 먹을 수가 없다는 뜻에서 실용이 되지 못함을 가리키지요. 이 말을 줄여서 그냥 ‘화병’(畵餠)이라고도 한답니다.

 나폴레옹의 옷은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손과 발은 여기저기 찢어져서 피가 흘렀습니다. 한 마디로 ‘만신창이’가 되었지요. ‘만신창이’(滿身瘡痍)란, ‘전신에 성한 데가 없이 여러 군데 다친 상처’를 말합니다. 원래 ‘만신창’(滿身瘡)은, ‘온몸에 퍼진 부스럼’을 뜻합니다.

 그래도 나폴레옹은 이를 악물고, 무지개를 향하여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참으로 ‘막무가내’(莫無可奈)입니다. 이 말은 ‘한 번 정한 대로 고집하여 도무지 융통성이 없음’ 또는 ‘어찌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