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 전기

우리말 공부를 깊이 있게 도와주는 나폴레옹 이야기(8)

시조시인 2005. 12. 23. 08:11
 

욕심 많은 프랑스는 ‘이게 웬 떡이냐!’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코르시카를 다스리겠다고 즉시 군대를 보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코르시카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소리쳤습니다.

 “우리들은 제노바로부터 독립하였다!”

 “우리 모두 침략군을 무찌르자!”

 코르시카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다시 총과 칼을 잡았습니다. 허나, 프랑스는 제노바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절대로 아니었지요. ‘호락호락’의 원말은 ‘홀약홀약’(忽弱忽弱)인데, ‘쉽사리’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리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보아야 하니까요. 하긴, ‘배수진’을 친다면 못 이기라는 법도 없을 겁니다. ‘배수진’(背水陣)이 무슨 뜻이냐 하면,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죽기로 힘을 다하여 어떤 일에 대처해 나가는 태도나 방법’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古事), 즉 어떤 유래와 이어진 옛일이 있습니다.

 중국 한나라의 명장인 한신이 조나라의 군대와 싸울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신은 조나라 군대에게 �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큰 강을 뒤에 두고 진을 쳤습니다. 조나라의 진영에서는 그 모습을 보고 어리석은 진법이라고 코웃음을 쳤지요. 그러나 조나라의 군대가 공격을 시작하자, 한신의 군대는 한 발짝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되면 강물에 빠져 죽게 생겼으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끝내는 한신의 군대가 승리할 수 있었답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정말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프랑스 군대와 맞섰지요. ‘한마음 한뜻’은, ‘모든 사람이 꼭 같은 생각을 가짐’을 말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는 새로운 총과 대포를 ‘무진장’으로 사용하며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원래는 불교의 용어인 ‘무진장’(無盡藏)은, ‘끝이 없이 넓은 덕이나, 닦고 닦아도 다함이 없는 부처님 말씀의 본래 뜻’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사물이 다함이 없이 굉장히 많은 것’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차를 가했다.’는 무슨 뜻이냐고요? ‘박차’(拍車)는, ‘말을 탈 때에 구두 뒤축에 달아서 뒤로 뻗치게 하는, 쇠로 만든 물건’입니다. 박차의 끝에 달린 톱니바퀴로 말의 배를 차서 말이 빨리 달리도록 하는 데 쓰입니다. 아, 미국의 아리조나 ‘카우보이’가 생각나는군요. 그러므로 ‘박차를 가한다.’는 말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여 더욱 빨리 달리게 하듯이 일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힘과 열의를 다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그저 ‘일의 진행이 빨리 되도록 힘을 더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한자말로 옮기면, ‘주마가편’입니다. 이 ‘주마가편’(走馬加鞭)이야말로,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함’을 일컫습니다. 형편이나 힘이 한창 좋을 때에 더욱 힘을 더한다는 뜻이지요.

 코르시카 사람들은 죽을둥살둥 싸웠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뜨겁던 용기도 시나브로 사라졌습니다. ‘시나브로’는 순우리말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의 뜻을 지녔습니다. 그대로 나가다가는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어찌 하는 수 없이, 코르시카 사람들은 프랑스에게 백기를 들었습니다. ‘백기’(白旗)는, ‘바탕의 빛깔이 흰 깃발’이며, ‘백기를 들다’라고 하면 ‘항복하거나 굴복한다.’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제노바로부터 독립을 했다고 기뻐한 게 바로 엊그제인데, 어처구니없게도 이제는 프랑스에게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처구니’는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이고, ‘어처구니없다’라고 하면 ‘어이없다’라는 말이 됩니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일입니다. ‘어안’은 ‘정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밖의 일을 당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거나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막 ‘청사진’을 펼칠 참이었는데, 이렇듯 망국을 맞았으니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청사진’(靑寫眞)은 ‘간단한 설계도면 등의 복사 사진’을 뜻합니다. 사진을 구울 때에 제이철과 적혈염이 반응함으로써 푸른 빛깔이 돌게 된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지금은 ‘어떤 일의 미래 계획이나 구상 등’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설계도면 등의 복사사진인 청사진이 건축물의 미래와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포’(水泡)는 ‘물 위에 떠 있는 거품’입니다. 그러니 ‘수포로 돌아갔다’는 말은, ‘공들인 일이 헛되이 되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