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사람들은 그대로 당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용감하게 그 많은 적들을 맞아서 싸웠습니다. 백병전도 여기저기에서 벌어졌지요. 백병전(白兵戰)이란, 혼자 몸으로 자기 무기만을 가지고 싸우는 육박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백병’이란, 본래 혼자 쓸 수 있는 창과 칼 따위의 기본 무기만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럿이 얽혀서 싸우는 게 아니라, 혼자 몸으로 맞붙어서 싸우는 전투’를 백병전이라고 합니다. 흔히 ‘어떤 일에 혼자 몸으로 죽을힘을 다하여 덤벼드는 것’에 비유됩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죽기 아니면 살기’입니다. 말하자면, ‘이판사판’입니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은, ‘마지막 궁지에 몰린 상황’을 말합니다. 즉, 이는 이판과 사판의 합성어이지요. 한말의 국학자인 이능화(李能和)가 집필한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 하권 ‘이판사판사찰내정’(理判事判寺刹內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 사찰에는 이판승과 사판승의 구별이 있다. ‘이판’이란, 참선하고 경전을 강론하며 수행하는 흥법 포교의 스님인데, 속칭 공부승(工夫僧)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사판’이란,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업무를 꾸려 나가며 사무행정을 보는 스님인데, 속칭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이판과 사판은 어느 한쪽이 없어도 안 되는 상호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조선조가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국교로 세우면서 이판이 되었든지 사판이 되었든지 그 모두가 절박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습니다. ‘중과부적’이란, ‘적은 수효는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그럴 수밖에요. 코르시카 사람들은 적군에 비해서 턱도 없이 그 수가 모자랍니다. 그리고 거의가 사냥꾼과 농사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기라고는 낡은 총과 칼이 고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르시카 사람들은 제노바와 프랑스의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쳤습니다.
“정말 분하다. 이보다 더 분한 일이 있을까?”
“우리에게 새로운 총과 대포가 있었다면---.”
“어디 두고 보자. 언제인가는 제노바 군대를 코르시카에서 반드시 몰아내고 말 테다.”
모두들 주먹을 쥐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했습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은, ‘백이면 백이고 천이면 천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음성을 냄’을 뜻합니다. 지금은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이 같음’을 나타냅니다. 다른 말로는 ‘여출일구’(如出一口)라고도 한답니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흘렀습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벼르고 또 별러서 독립을 얻기 위해 다시 제노바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전과 같이 고된 싸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각오를 단단히 다졌기에, 무기와 식량을 가지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굳게 버티었습니다. 젊은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늙은이와 여자들까지 모두 나서서 죽기를 다하여 악착같이 제노바 군대와 싸웠습니다. 그럼요, ‘악착’(齷齪)같이 싸우고말고요. ‘악착’에서 ‘악’은 ‘작은 이’를 뜻하고 ‘착’은 ‘이가 마주
붙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악착’은 ‘작은 이가 맞물린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는, 바로 ‘이를 앙다문 상태’이지요. 지금은,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덤벼들거나 끈기 있고 모질게 달려들어서 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제노바도 별수 없었겠지요. 마침내 그들은 섬에서 모두 쫓기어가고 말았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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