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파오리를 도와서 프랑스와 싸운 사람들 중에는 샤를 보나파르트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애국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보나파르트가(家)는 16세기에 코르시카로 이주하여 서부 아야초의 작은 귀족 지주가 되었지요. ‘이주’(移住)란, ‘다른 곳이나 다른 나라로 옮아가서 삶’을 가리킵니다. 명색이 귀족이지, 아주 보잘것없었을 듯합니다. ‘명색’(名色)이란 ‘어떤 부류에 넣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게다가 오랜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에 권한도 줄어들었을 터이고, 그래서 샤를의 대에 와서 몹시 가세가 기울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아주 가난한 귀족이었습니다. 우리의 경우로 따진다면, ‘아주 가난한 양반’이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양반’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양반’(兩班)이란 말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관제에 있어서 ‘문반’과 ‘무반’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답니다. 그러나 관료체제가 점차적으로 자리를 잡아 감에 따라서 문반이나 무반의 직책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가문까지도 ‘양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문반과 무반을 뜻하는 본래의 개념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지배신분층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 후에 세월이 변함에 따라 양반의 수가 극도로 늘어나게 되었지요. 양반이 되기를 바라는 여러 사람들이 벼슬을 산다거나 족보를 가짜로 만들어서 양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같은 양반 중에는 ‘대가’(大家)나 ‘세가’(世家)나 ‘향반’(鄕班)이나 ‘잔반’(殘班)의 구분이 생기고, 그로 인해 나라에 공로가 없든지 벼슬을 받지 못한 양반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가세가 기운 양반인 ‘잔반’은, 끼닛거리가 없어서 ‘조불식석불식’하였지요. ‘조불식석불식’(朝不食夕不食)은, ‘아침도 안 먹고 저녁도 안 먹음’이니 ‘생활이 아주 구차하여 끼니를 항상 굶음’을 뜻합니다. 그 외에도 가난함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 한두 개를 예로 들면, ‘옹유승추’(甕牖繩樞)는, ‘깨진 항아리의 주둥이로 창을 하고 새끼로 문을 단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을 형용하는 말이며, ‘풍창파벽’(風窓破壁)은 ‘뚫어진 창짝과 헐어진 담벼락’이란 뜻으로 ‘무너져 가는, 가난한 집’을 일컫습니다. 또 ‘포의위대지사’(布衣韋帶之士)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베옷을 입고 부들부들한 가죽 허리띠를 맨 선비’라는 뜻으로 ‘빈천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샤를 보나파르트는 1764년 6월 2일에 ‘마리 레티치아 라모리노’라는 여인과 결혼하였는데, 그녀 역시 코르시카의 독립을 위해 프랑스와 싸웠지요. 이를 ‘부창부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隋)는,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잘 따르는 것이 부부 사이의 도리’라는 뜻이지요. ‘백년동지’(百年同志)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이번에는 코르시카섬에 대하여 좀더 부언해 볼까요? 아, ‘부언’(附言)은 ‘덧붙여서 말함이나, 그 말’을 가리킵니다. 코르시카 북서부에는 친토산 등의 해발고도 2천 미터를 넘는 산지가 이어져 있으며, 1년의 반은 눈에 덮여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지와 구릉지대는 ‘마키’라고 하는 관목림이 우겨져 있답니다. 그건 그렇고, ‘마키’에 대해 더 설명을 해 달라고요? ‘마키’(maquis)는 ‘코르시카섬의 밀림’으로, 이따금 범죄인들이 은신처로 삼기도 할 정도로 우거진 숲을 지니고 합니다. 그 후에 뜻이 바뀌어 ‘2차대전 중에 독일 점령군과 싸운 프랑스 본토의 게릴라 부대와 그 대원’을 가리키게도 되었다고 합니다. ‘게릴라’(guerrilla)는 잘 알지요? ‘정규군이 아닌, 소규모의 무장집단이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전법이나 그 부대’라는 뜻을요. 일명 ‘유격대’라고도 하지요. 이 곳은, 여름철에 비가 적게 내리므로 곡물보다는 주로 포도나 감귤류 등 과일의 생산이 많고, 염소와 양의 방목을 비롯하여 누에치기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코르시카섬은 14세기 이래로 이탈리아의 ‘제노바령’이었는데, 18세기 초부터 주민들이 독립운동을 시작하였으며, 18세기 중엽부터는 파오리를 중심으로 이 운동이 더욱 거세어졌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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