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
나폴레옹, 아니 ‘황야의 사자’는, 용감한 아버지와 지혜로운 어머니 슬하에서 개구쟁이이지만 튼튼하게 자라났습니다. ‘슬하’가 무슨 뜻인지, 벌써 잃어버리지는 않았겠지요? ‘어버이의 곁’이란 뜻을 명심해 두세요. ‘명심’(銘心)은 ‘마음에 새기어 둠’을 이릅니다. ‘개구쟁이’는 ‘지나치게 짓궂은 장난을 하는 아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나는 언제나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르는 대로 되리라’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나폴레옹은 그 이름처럼 튼튼하고 활달한 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어린 나폴레옹에게 늘 말했습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하루 빨리 프랑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는 코르시카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제노바나 프랑스 군대들을 대항하여 용감하게 싸우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제노바 군대를 물리치고 독립을 얻는 대목에서는 ‘희색만면’이었고, 프랑스 군대에게 어쩔 수 없이 항복을 하는 대목에서는 ‘비분강개’의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대목’이란, ‘가장 요긴한 고비나 그 때’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희색만면’(喜色滿面)은 ‘기쁜 빛이 얼굴에 그득함’을 나타내는 말이며, ‘비분강개’(悲憤慷慨)는 ‘슬프고 분한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 ‘역력(歷歷)하다’는 자취나 형상 및 기억 등이 ‘환히 알 수 있게 또렷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폴레옹은 ‘언제인가는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아서 보국안민을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곤 했습니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은 ‘나라 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각오’(覺悟)는 ‘앞으로 닥치어 올 위험이나 불리 및 곤란 또는 책임 등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나타내고, 그 외에 ‘사물의 도리나 이전의 잘못을 깨쳐 알아냄’을 말하기도 합니다.
어느 시골이나 모두 비슷하겠지만, 나폴레옹이 살고 있는 마을의 외딴 곳에도 작은 언덕이 있었습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 날도, 나폴레옹은 한 친구와 언덕 위로 놀러 갔습니다. 이 친구와는 나중에 죽마고우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죽마고우’(竹馬故友)는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구’입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옛날, 중국의 진(晋)나라에 살던 ‘은호’(殷浩)라는 사람은, 성품이 온후하고 학문에 박식하였는데, ‘노자’나 ‘역경’ 같은 어려운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나 벼슬을 싫어하여 십여 년 동안이나 조상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지요. 그런데 당시에 그 나라의 임금인 ‘간문제’(簡文帝)는 연거푸 공신을 잃고서 현신을 찾던 중에 은호의 소문을 듣고 그를 ‘건무장군 양주자사’라는 높은 벼슬을 내렸습니다. 간문제는 은호를 등용하여, 그 때에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환온’(桓溫)이란 사람을 견제하려고 하였습니다. ‘견제’(牽制)란, ‘일정한 작용을 가함으로써 지나치게 세력을 펴거나 자유행동을 못하도록 누름’을 뜻합니다. 여하튼, 그로 인하여 ‘은호’와 ‘환온’은 나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 이웃나라의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진나라에서는 중원을 다시 찾으려고 은호를 오주군사(五州軍事)로 임명하였습니다. 은호는 싸움터로 나갔으나, 크게 패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환온은 은호의 잘못을 부풀려서 상소를 올렸으며, 임금은 은호를 ‘서인’으로 강등시킨 후에 먼 곳으로 귀양보냈습니다. ‘상소’(上疏)는 ‘임금에게 글을 올림 또는 그 글’을 말하고, ‘서인’(庶人)은 ‘벼슬이 없는 서민’을 말합니다. 그리고 ‘귀양보내다.’라는 말의 뜻은 알고 있나요? ‘귀양’은 ‘지난날에 죄인을 고향이 아닌 먼 변방이나 외딴 섬 같은 데로 보내어, 일정 기간 제한된 지역 안에서만 살게 하던 형벌’입니다. 은호가 귀양살이를 떠난 후에 환온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어려서 은호와 함께 죽마를 타고 놀았는데, 내가 죽마를 버리면 그가 언제나 가지고 갔다. 그래서 그가 내 밑에 있게 된 일은 당연하다.”
나도 ‘죽마’가 생각납니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가지고 놀 장난감이 별로 없었답니다. 그러니 대나무로 만든 말은, 가지고 놀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안성맞춤’이란, 안성에서 만든 유기그릇이 제일 좋다는 뜻에서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튼튼하게 잘 된 물건을 이르는 말’이고, ‘본디 제 짝이 아니었던 것이지만 갖다 맞출 때에 매우 잘 맞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입니다. 그리고 ‘때를 맞추어 잘 된 일'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대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사타구니에 끼고 뛰어다니며 노는 게 바로 ‘죽마 놀이’입니다. 그 놀이에 흠뻑 빠지면, 정말로 말을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답니다. 아, 그 때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벗들이 마냥 보고 싶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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