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는 칠엽수의 꽃
김 재 황
잎사귀 일곱 모여 오순도순 우애 있고
온 세상 밝힐 듯이 양초처럼 내민 불꽃
참사랑 달콤한 꿀도 송이송이 지녔네.
--졸시‘ 칠엽수 꽃’
칠엽수(七葉樹)는 ‘마로니에’와 같은 종류의 나무이다. 즉, 마로니에(marronier)는 그리스 북부와 알바니아가 원산지로,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지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그러나 칠엽수는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갈잎 큰키나무이다. 잎은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다. 작은 잎은 끝이 뾰족하다. 5월경에 희거나 붉은 무늬를 지닌 꽃을 피운다. 그 꽃은 밀원(蜜源)이 많다.
옛날, 어느 마을에 일곱 형제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아들들은 모두 효심이 깊었다. 그들은, 어머니가 무엇을 잡수시고 싶은지 미리 알아내어 대접해 드렸고, 혹시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신지 늘 살펴서 미리미리 불편하지 않으시게 해 드렸다. 그들은 결코 어머니에 대한 일만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이 없었다. 서로 먼저 나서서 효성을 다했기에, 동네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서 ‘효자 칠형제’라고 불렀다.
겨울이 되었다. 그들 형제들은 남에게 질세라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해다가 어머니의 방을 따뜻하게 불을 지펴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쩐 일이신지 늘 춥다고 하였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들이었지만, 누구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한밤중에 우연히 잠을 깬 큰아들이, ‘어머니가 잘 주무시고 계신가?’하고 어머니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 큰아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날 밤에도 그 시간쯤에 어머니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 역시 어머니는 자리에 안 계셨다.
그 다음날 밤에는, 큰아들이 자는 체하고 누워 있다가 밖으로 나가시는 어머니의 뒤를 밟았다. 어머니는 부지런히 개울가로 가신 다음, 신발과 버선을 벗으시더니 시린 개울을 건너서 앞마을 홀아비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셨다. 큰아들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오자, 여러 형제들을 흔들어 깨운 후에 그들과 함께 냇가로 나가서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실 때에는 신발을 벗지 않으시고 냇물을 건널 수 있게 해 드리기 위함이었다. 아, 이보다 더 큰 효심이 어디 있겠는가. 칠엽수의 일곱 잎이 다정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야기를 떠올리며 남몰래 미소를 짓는다.
'화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혜를 생각하게 하는 오동나무의 꽃 (0) | 2006.05.26 |
---|---|
누님을 기다리는 해당화 (0) | 2006.05.22 |
연분홍빛 사랑을 지닌 철쭉꽃 (0) | 2006.05.17 |
부리 노란 개나리 (0) | 2006.05.06 |
불이 붙는 진달래꽃 (0) | 2006.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