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생각나게 하는 오동나무의 꽃
김 재 황
제 가슴 그 넓이로 물빛처럼 둘린 그늘
종소리 울려 놓고 노고지리 날려 놓고
큰 웃음 나누는 자리 환한 꿈이 피어난다.
--졸시 ‘오동꽃’
오동나무는 목질이 좋아서 가구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이고, 소리를 전하는 성질이 뛰어나서 악기 제조에 자주 쓰인다. 현삼과 식물이다. 진한 향기와 종 모양의 보랏빛 꽃이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원산으로 중국과 일본에 분포한다.
낙엽이 되는 넓은잎큰키나무이다. 잎이 크고 달걀꼴이다. 5월경에 원추(圓錐) 꽃차례로 꽃이 달린다.
옛날, 어느 동네에 노부부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몹시 추운 겨울을 맞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땔나무를 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노인의 집에는 커다란 오동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그런데 동네 젊은이들이 그 나무마저 베어다가 땔감으로 쓰려고, 톱과 도끼를 들고 그 노인 집으로 몰려왔다. 그 모양을 보고, 노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절대로 이 나무는 벨 수가 없네.”
그러자 젊은이들은, 추워서 사람이 얼어 죽게 되었는데 나무가 사람의 목숨보다 중하냐고 대들었다. 노인은 그들을 무작정 말릴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의 집 행랑채를 비워 줄 테니 그 집을 헐어다가 불을 때라고 말했다.
“정말로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동네 젊은이들은 노인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그럼 내일 아침에 와서 행랑채를 헐어다가 때겠다.’하고, 그날은 그냥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자, 노인은 자기 집의 행랑채를 말끔히 치워 놓았다. 이튿날, 젊은이들이 와서 보고는, 행랑채를 뜯어다가 그해 겨울을 넘겼다.
이듬해 봄이 되었다. 노부부도 농사를 지어야 할 텐데, 할머니는 허리를 다쳤을 뿐만 아니라, 일꾼마저 구하기가 힘들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더군다나 행랑채도 없으니, 누가 와서 머슴을 살려고 하겠는가.
노부부가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웬 떠꺼머리총각 하나가 나타나서 머슴을 살겠다고 자청을 했다. 말할 것도 없이, 부부는 그 그를 기쁘게 맞아들였다. 총각은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그가 열심히 일을 해준 덕분에 농사는 풍작을 이루었다.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삔 허리도 주물러서 말끔히 낫게 했다. 노인이 그 총각에게 말했다.
“사경은 얼마나 주어야 하나?”
떠꺼머리총각은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저는 저 오동나무에서 은혜를 갚으러 온 사람입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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